세신사 순례 씨
순례주택이란 책은 대학원시절 사례발표 자료로 읽었던 책이다.
순례주택을 읽을 때 첫 느낌은 ' 삶을 나누고 삶을 보여준 인생을 산 분이다. 정말 존경스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탕에서 사람들의 떼를 밀어주고 번돈으로 주택을 사고 주택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세를 주어 그 안에서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삶을 나눈 내용이다.
순례주택은 임대료가 싸고, 와이파이, 옥탑방, 옥상정원을 공유할 수 있다. 402호에 건물주 김순례 씨(75세)가 산다. 스물에 결혼하고, 서른다섯에 이혼했다. 슬하에 아들이 하나 있다. 이혼 후 연애를 몇 번 했지만 재혼은 하지 않았다. 1층 상가엔 '조은영 헤어'가 입점해 있다 원장 조은영 씨(47세)는 유일한 더블 입주자다. 1층은 미용실, 202호는 살림집이다. 십 년 전 "제가 어린 남매를 혼자 키우는데, 미용실 차리고 나니 돈을 더 빌릴 데도 없어요. 죄송하지만 보증금 없이 살림집 하나 월세로 주실 순 없을까요?"라고 부탁했더니 순례 씨가 흔쾌히 집을 내졌다. 302호엔 홍길동 씨(66세)와 남편이 산다. 301호에는 허성우 씨(44세)가 산다. 직업은 대학 시간 강사, 순례주택사람들은 '박사님'이라고 부른다. 박사님은 순례주택 계단과 엘리베이터 청소를 맡아서 한다. 한 가구당 2만 원씩 박사님에게 청소비를 낸다. 201호엔 故박승갑 씨(향년 75세)가 살았다. 승갑 씨는 순례 씨의 오랜 연인이면서 이 책의 주인공인 수림의 외할아버지이다.
외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상물정 모르고 빌라촌에 사는 사람을 무시하며 살던 수림이네 가족이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 가득하다. 글이 예쁘지도 멋스럽지도 않지만 인생을 그대로 옮겨 노은듯한 글들이 공감하게 한다.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순례 씨와 순례주택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민폐가 될까? 걱정하는 수림이에게 "진짜 어른은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너희 가족은 시간이 필요해"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요즘은 늙은 부모가 차를 뽑아졌다. 애들 학원비를 줬다. 매달 생활비를 받는다..... 그런 걸 자랑이라고 하고 있다. 부모 도움 없이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마흔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떠들고 있다. 아주 '누가 누가 더 어린가' 내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저절로 살 곳이 생기는 세상을 살아간다. 아버지 돈 쓰는 세상만 살았던 우리들에게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주변의 이웃을 살펴보게 되는 책,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정신이 번쩍 드는 책을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책 제목: 순례주택
지은이: 유은실
펴낸곳: (주)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