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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일 블루 Nov 13. 2023

일주일에 한 편씩(2)

엔딩 크레딧.


처음부터 읽으시려면 :  
https://brunch.co.kr/@paleb1ue/1



*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쓰는 모임은 이번 회차로 33회차를 맞이했다. 그동안은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몰라서 썼던 글쓰기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천천히 꺼내며 매주 썼던 글을 함께 올려보기로 했다. 나는 매주 주로 시를 쓰는데 일주일에 한 편, 혹은 그 이상을 꾸준히 썼다. 매주 시제에 맞추어 글을 쓸 필요는 없다지만 쓴 글이 시제와 잘 맞는 글이었다. 이번주 시제는 끝에 관한 이야기였다. 





엔딩 크레딧


밥을 먹다가

네가 없는 시간을 생각했어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들이 그것도 생각이라고 생각 속에 갇혀서 우는 사람이 됐어


밥을 다 먹고


비에 젖은 나무 위로 비가 떨어지고 싹이 터 있는 걸 봤어 그것도 나무라고 죽은 몸뚱이에서 싹이 터서 


봄도 아니고 갖은 고비들이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늘 시제에 맞추어 쓰려기 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글감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편인데. 점심을 먹고 비가 오는 날 담배를 태우려고 나갔을 때 다 썩은 나무 의자에서 초록 잎사귀가 솟아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언젠가 다큐멘터리 영화 <녹턴>의 GV에서 감독님이 영화에는 클라이막스가 있지만 인생에는 클라이막스가 없다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삶은 계속 지속될 거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적었던 짧은 시였다. 


세상은 자주 사람을 배신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순간이 들 때마다. 인생은 그래도 내 편이라고 삶은 끊임없이 지속 되고는 한다. 어쩌다 겪는 이별은 이 별에서만 이루어지는 지극히 사적인 고통들. 생각이 끊이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물건이든 사람이든 잃어버리는 불행 속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익숙해지고, 희망에는 늘 서투른 것 같다. 어떤 좋은 순간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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