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엄마(?) 누나(?)의 집
그 남자의 둘째 누나가 전 남자 친구 이야기를 했다.
“전 남자 친구랑 엄마랑 같이 밥을 먹었었어. 우리 엄마가 그 남자애 앞에 두고 ‘우리 애는 결혼 안 할 거니까 너 결혼 생각 있으면 다른 애‘ 만나라고 말했거든. 걔 진짜 다른 여자 만나서 바로 결혼했잖아 엄마가 걔랑 살면 행복만 할 것 같았다네”
그 둘째 누나의 전 남자 친구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 그 남자의 엄마 집
2년 전, 그 남자의 둘째 누나가 암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했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끝냈다. 주기적으로 정기 검진만 받으면 되었다.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처럼 회사를 다니고 그런 일상생활을 할 수없었다. 매일 집에서 그 남자의 엄마를 따라다녔다.
그 남자의 엄마가 말했었다. 주민센터에서 둘째 앞으로 쌀도 나오고 하는데 돈은 안주더라고. 둘째 명의 통장을 그 남자의 엄마가 썼는데 큰돈 오고 나간 게 있어서 돈은 못 준다고 했단다.
이 집안에는 신용불량자가 도대체 몇 명인 걸까?
환자들이 그렇듯이 굉장히 예민했다. 특히 소리에 민감했다.
첫째 딸아이는 갓 30개월을 넘겼다. 말문이 이제 막 트였고 떼를 많이 쓰는 월령이었다. 동생까지 생겼으니 더 많이 엄마를 찾았다.
나에게 울면서 떼를 쓰면 둘째 누나가 달려와서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동생을 만지면 나는 내 동생을 괴롭히지 않고 이뻐했는데 너는 왜 그렇게 동생을 괴롭히냐고 했다.
그 남자와 둘째 누나는 18개월 차이가 나는데 18개월 때 기억도 하고 천재인가 보다.
둘째 누나가 서서 딸아이의 과자를 먹고 있었다. 딸은 자기 과자를 달라고 동동 거리며 손을 뻗고 있었다. 둘째 누나는 이거 진짜 맛있네라며 계속 과자를 먹고 있었다.
어떤 날은 딸아이가 왜를 계속 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왜? 혼을 내도 왜?
둘째 누나는 소리를 지르며 왜! 왜! 왜! 어른이 말을 하면 말을 들어야지 어디서 왜 왜 거리냐며 너는 왜 이렇게 애가 못됐냐고 했다. 유연오빠는 어딜 가면 ‘너는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구나’ 라며 칭찬만 듣는다고 했다. 유연이는 그 남자의 첫째 누나의 아들이다.
그 남자의 엄마는 첫째 누나의 집에서 살림을 해주며 첫째 누나의 아들을 돌봐줬다. 첫째 누나의 아들이 태어나고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남자의 엄마가 오전 중 첫째 누나집으로 넘어갈 때 나와 아이들 그리고 둘째 누나는 같이 그 집으로 갔다.
그 남자의 조카는 외동으로 10살이다. 과자 껍데기를 벗기다 과자를 바닥에 흘렸다. 내 눈치를 힐끔 보더니 내 딸에게 떨어진 거는 주워 먹어도 되라고 말했다. 그 남자의 엄마에게 말했더니 과자를 나눠 줄지도 안다며 많이 컸다고 대견해했다.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구나..
그 남자의 엄마가 그 남자의 조카 스케줄에 맞춰 픽업을 하고 첫째 누나 집 살림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환자인 둘째 누나는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했다. 나도 그 남자의 첫째 누나의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했다.
어쩌다 보면 나는 그 남자의 매형과 마주 보며 저녁을 먹어야 했다. 내가 밥을 그렇게 얻어먹고살아야 하나?
그 남자의 매형이 퇴근을 하면 나는 아이들과 다시 그 남자의 엄마 집으로 갔다.
내가 계속 그 남자의 누나 집과 그 남자의 누나가 공부방으로 사용하는 그 남자의 엄마 집을 오가면서 살 수는 없었다. 시어머니, 두 명의 시누이, 시조카, 시매부를 매일 보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 남자의 세 여자들의 눈치를 보며 내 아이가 소리도 못 내고 울게 키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