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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넛 Aug 14. 2024

저 오늘은 좀 쉴게요

생리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요 근래에 생리가 터졌다.


생리는 여자인 나의 인생에서 제거할 수 있다면 당연히 네! 하고 대답할 정도로 호르몬으로 나의 기분, 태도, 먹는 것 모든 거에 영향을 준다. 생리 전부터 PMS(Premenstrual syndrome), 월경 전 증후군으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어떨 때는 구역질이 나기도, 어지럽기도 하다가 갑자기 밑 빠지는 느낌이 너무 나서 걸을 수 없다던지. 실제로 나는 버스에서 내리려고 일어나려던 순간 밑 빠지는 느낌이 들어 다시 앉아서 그대로 2 정거장을 더 간 적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과식을 하게 한다. 평소 같으면 못 먹을 양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선


" 디저트 단거!!  초콜릿!! "


하면서 초콜릿이 들어간 디저트까지 먹는다. 배란통도 겪는 나는 한 달 내내 거의 이 자궁의 노예처럼 살아간다. 생리 시작 전에 저렇게 PMS를 겪고 나면, 생리통이라도 적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사실 온 가족이 생리통이 무척 심한 편인데,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인 가족도 있었다. 나도 처음 초경을 겪고 2-3년 뒤쯤 화장실 바닥에 누워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나서도 일반 약국에서 파는 진통제로는 어림도 없어서 산부인과에 가서 진통제를 따로 처방받기도 했었다.


아주 이후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나는 남들보다 자궁내막이 두꺼워서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고 하셨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 중 나는 정자 준다고 얘기도 안 했는데 자궁 혼자 들떠서 아기방을 예쁘게 꾸며놓고 이후에 오지 않으니까 광란의 방 부수기를 하는 그 방이 나는 남들보다 꾸민 양이 많았던 것이다.

(자궁아 제발 그렇게까지 꾸미지 말아 줘..)


이후 나는 '임플라논'이라는 피임장치를 알게 되는 데 피임을 위한 것 외에 생리통이 심한 여성들도 한다고 하여 알아보니 이 기구가 지속적으로 프로게스테론 유사 호르몬을 조금씩 배출하여 배란을 막고, 그래서 생리를 안 하게 된다고 했다. 무월경이라는 것에 꽂혀 바로 산부인과에 달려갔었다. 이 지긋지긋한 걸 잠시라도 쉴 수 있다면 좋겠어서.


3년 동안 지속된다는 말에 그때 당시에 30만 원쯤 되는 돈을 지불하고 바로 그날 팔뚝 한쪽에 이식받았다.

마취하고 하는데도 따끔했다. 사실 그때 의사 선생님께서 마취하는 그 따끔함이나 그냥 시술하는 통증이나 같으니 마취 안 하고 하겠냐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마취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식한 후에 매우 얇은 빨대 같은 게 있으니 움직일떄마다 아팠다.


그렇지만 그 후에 생리를 할 때 광명을 찾았다.


내가 느끼던 생리통은 정말 터지기 2주 전 PMS부터 매우 심했으나 전조증상이 사라지고, 진통제 없이는 일어날 수 조차 없었고 진통제를 먹어도 하루종일 피죽도 못 먹는 사람처럼 골골거렸는데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약간 참을만한 통증이 된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무월경은 없었고, 부정출혈로 고생하긴 했지만 내 인생 생리해 온 기간 중 제일 잘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체시기가 다가와서 그런지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이번 생리통은 유난히 나를 괴롭혔는데 의욕적이던 내가 자괴감에 빠지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내가 직장에서 왜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 한들 월급이 지금 당장 더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와 뒤에서 평판이 다를지언정 앞에서 대우받는 거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럼 내가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그리고서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에 대해 자존감도 급락해서는 갑자기 일을 하던 도중 잠시 멍 때리고 생각했다.


자궁 조금 허무는 게 뭐라고 나를 이렇게까지 어지럽게 하는지 잠들기 전 조금 울적하기도 했다. 생리기간만큼은 조금 나를 자유롭게 해 주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 하고 글 쓰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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