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207 by The Happy Letter
낯선 곳에 혼잡한 지하철을 타고 간다
무거운 짐 어깨에 잔뜩 지고
긴 여정(旅程) 걸어오느라 파김치가 다 된 지친 몸
어디에라도 잠시 좀 앉고 싶다
이리저리 두리번두리번 앉을자리 찾아보지만
내가 앉을자리도 없고
나를 위해 양보해 줄 사람도 아무도 없다
나는 노약자(老弱者)가 아니다
때로는 뿌연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아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는 청춘(靑春)도 아니다
어쩌면 그저 마음부터 먼저 주름져버린 ‘늙은’ 젊은이로 보일까
꼭 붙잡아야 할 것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만이 아니다
흔들리는 지하철 그대로 따라 흔들릴 겨를도 없으니
내 애착(愛着) 꼭 붙들어 잡고 버텨내는 수밖에
내가 가고 있는 목적지는 아직 도달하지도 않았다
중간중간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무거운 어깨 힘없이 떨어뜨리며 내려도
언젠가는 지나갈 이 짧디 짧은 시련(試鍊)의 시간
창밖으로 지는 저녁노을에 괜히 울컥해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에 감사의 기도하며
그 손 놓지 않고 끝까지 견뎌내는 수밖에
어쩌면 내가 아직 ‘청춘’(靑春)임을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지금 자리에 앉아 가는 노인(老人)들
모두 다 그토록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흔들리다가 넘어져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무엇이든 다 마음대로 꿈꿀 수 있었던 그 청춘임을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