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이 동네 기준으로 ‘오피셜리’ 첫눈이 내렸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바뀔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내린 눈이 나무와 집과 풍경을 확 바꿔 놓았다.
첫눈을 보고 문득 떠오른 시상(詩想)을 행여 놓칠세라 급하게 메모를 하다가 (늘 그렇듯 시는 첫 착상이 관건인 것 같다) 예전에 쓴 시(詩)가 생각났다. 지난해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 그 시를 다시 읽어볼 요량으로 [첫눈]이라는 제목의 시를 찾았다.
한 줄씩 아주 천천히 다시 음미하면서 시를 읽다가 보니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 왠지 모르게 괜히 좀 찡하기도 했다. 지난날 그때 그 순간에 그 시를 쓰면서 어떤 상념에 빠졌었는지도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 년 전에 쓴 창작시 [첫눈]을 다 읽고 나서 올해 처음 본 첫눈에 대한 감흥을 담아 써보려 했던 오늘의 ‘첫눈’ 시(詩) 쓰기는 그만두기로 했다.
세상 사람들은 처음 마주하는 것들, 처음 만나는 사람, 그 첫인상과 이미지에 보다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것 같다. 첫 연애가 그러하고 첫 실연이 그러하듯 우리는 처음 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 더 설레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한다. 물론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감도 있고 또는 이와 달리 두려운 감정이 들 수도 있다.
‘첫’이라는 것은 말그대로 처음에 한 번만 주어진다. 두 번째부터는 다른 차원의 경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특별하고 때로는 더 애틋하며 또 더 소중한 경험으로 남는 것 같다.
세상에는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 투성이다. 첫 걸음마 떼는 어린 아기를 생각해 보면 금방 명료해진다.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서툴고 불안정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시 일어선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애초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지도 모른다.
처음 경험하는 일, 처음 시도하는 일에 서툴다고 또는 넘어질까 봐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멋지고 세련된 첫인상을 남기지 못했다고, 또 그런 ‘첫 작품’을, 그런 글을 못 남겼다고 너무 자괴감에 빠지지도 말고.
앞으로도 우리 남은 인생에 계속 일어날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시도하는 일들에 정작 우리가 필요한 것은 두려움보다는 그런 두려움조차 거뜬히 이겨내는 ‘용기’뿐 아닐까?
필자가 조금 전까지 ‘첫눈’에 관한 새로운 시(詩), 가칭 [첫눈 2]를 쓰다가 멈춘 이유는 예전보다 더 나은 시를 쓸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오늘 하루만이라도 첫눈에 관한 예전 그 ‘첫시’의 추억에 오롯이 잠겨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의 지극히 사적인 회상과 (비록 일 년 전 밖엔 안되지만) 지난날의 감상을 음미하는 것을 독자분들이 허락하신다면 여기 - 그때 첫눈 내린 날 설레는 마음을 담아 쓴 - 그 시를 다시 올려두고자 한다. (요즘 링크 클릭포비아phobia가 많은 것 같아 시(詩) 전문을 사진으로 올려둔다.)
이렇게 첫눈에 얽힌 글을 쓰면서, 아니 다시 읽으면서 필자에겐 매년 다시 떠올릴 첫눈의 추억이 또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이 또한 필자만의 소소한 ‘행복’이 되고 있음에 흐뭇하기 그지없다. 그때 이 시를 같이 읽으셨던 독자분들과도 그 아련한 ‘첫눈’, 그날에 얽힌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어지는 하루다. 여기 브런치스토리에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지난해 그 어느 날의 추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