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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Nov 25. 2024

이쑤시개 생(生)

THL 창작 시(詩) #229 by The Happy Letter


이쑤시개 생(生)



이십 대 막바지 드라마 한 편 쓰지 못한 채

꽃다운 나이 허무하게 끝나갈 무렵

월말이면 술맛이 달다가 그다음 날 카드값에 쓰라린 속 부여잡고

이른 아침 드라이클리닝 냄새 풍기는 ‘유니폼’ 걸치고

테트리스Tetris처럼 차곡차곡 쌓이며

벽돌공장에서 찍어낸 벽돌 차갑게 굳어가듯

나는 쏟아지는 잠에 고개 꺾이며 매일 그렇게 시들어갔다

나는 콩나물시루 속 콩나물도 아니었고

이쑤시개 통 속 네 모습처럼 측은하게 살지는 않으려 했으나

세상(世上)은 나에게 그냥 가만히 있으라 했고

그대로 있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이미 그때 다 알고 있었을까

그 지옥철은 ‘지옥’으로만 갈 뿐이라는 것을

숨 막혀 죽겠다는 외마디 비명에

눈감고 자던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이대로 세상 떠나버리고 말면

죄지은 것 없지만 ‘천국’ 가긴 글렀다는 예감이 들 무렵

등 떠밀려 나오니 기다리는 것은

2호선 신도림역 환승(換乘)

더 이상 출구(出口)를 찾을 수도 없었던

고단함 빽빽이 서 있는 삼십 초입길

그 역 밖으로 나갈 새도 없이

나는 그렇게 길 위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by The Happy Letter


















콩나물시루 : 1. (기본의미) 콩에 물을 주어 콩나물을 키우는 둥근 질그릇. 2. 어떤 공간에 사람이 많아서 빽빽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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