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230 by The Happy Letter
거울에 비친 하나 둘 늘어난 흰머리 보다가
그날 그 주례사(主禮辭)가 생각났어요
옛날 주례사 아무리 길고 길다 해도
아무도 듣다 말고 먼저 밥 먹으러 나가진 않았지요
모두들 숨죽이며 조용히 그 근엄한 축사(祝辭) 듣다가
그 말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그 주례사 마지막 즈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듣고 나서는
그제서야 하객들 모두 활짝 웃음 터뜨렸고
떨리는 손으로 팔짱 끼고 서 있던 우리도 수줍게 따라 웃었지요
마트 매대(賣臺)에 하얀 파뿌리 보다가
그날 그 주례사(主禮辭)가 다시 생각났어요
지금까지 함께 한 지나온 세월(歲月), 당신 생각이 나서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이 세상에 태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와 함께 한
소중한 당신, 나와 살아줘서 고마워요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