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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L 창작 시

목감기

THL 창작 시(詩) #243 by The Happy Letter

by The Happy Letter


목감기



그제 일요일 아침

엄마의 전화를 바로 받지 못했어요

자식된 도리(道理) 못하고 있는

한낱 보잘것없는 범부(凡夫)에 불과한데

살면서 도대체 얼마나 급한 일이 있어야

엄마의 전화를 못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 연말 아침엔

엄마의 전화를 바로 받았어요

간밤에 꿈자리 사나웠다 별일 없지 묻던 엄마

자다 막 일어나 잠긴 내 목소리 듣자마자

지금 어디 아프냐

통화 내내 근심 가득한 말만 하셨지요


그제 일요일 아침

엄마의 전화를 바로 받지 않았어요

이 겨울 지독한 목감기에 걸린 것인지

그날은 진짜 아팠어요

혹여라도 엄마는 어디 아프지 않으신지

그 애절(哀切)한 근심에 내 목 다 잠길 만큼



by The Happy Letter




범부(凡夫): 1. 번뇌(煩惱)에 얽매여 생사(生死)를 초월하지 못하는 사람. 2. (기본의미) 평범한 사람.(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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