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역사는. “진 자”가 먼저 말했을까 어쩌면 “이긴 자”가 먼저 말했을까, 역사는 “승자(勝者)의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그래서인지 예전에 검열(censorship) 제도가 날뛰던 그때 그 시절 금서(禁書) 목록 중에는 역사(歷史) 관련 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제일 좋아하던 과목이 (국어 다음으로)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를 막론하고 “역사”(history) 과목이었다. 그 역사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상황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모두 너무 흥미진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 역사책 읽기가 아주 조심스러워졌다.
어느새 우리는 저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거나 듣지 않았어도) 믿고 싶은 것만 절대적으로 믿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그냥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또는 세뇌되는) 청소년기에 배우는 역사관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각자 개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씩 보다 보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을 때가 있다. (정사와 야사가 있듯) 엄연히 ‘역사소설’이라는 장르도 별도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론 역사책과 소설책을 따로 구분하기 조차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조금 전까지 재밌게 읽은 그 책이 “역사책”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