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다시 만나면 꼭 말해야겠다고 마음속 깊이 품은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또 지나가고 그렇게 아주 오래된 추억처럼 점차 희미하게 잊혀만 갈 때 문득 미처 전하지 못한 그 말을 한 줄 글로 남겨 두고 싶어 졌습니다. 예전에 나는 종이 위에 한번 뱉으면 돌이킬 수 없는 말로 각인刻印되는 그 만년필 잉크의 스며듦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한 자 한 자 눌러쓸 때 서걱서걱 나는 그 소리를 좋아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는 외로울 땐 음악을 들어라 했지만 그때 나는 음악을 틀어놓지 않아도 그 소리를 들으며 밤새 혼자 글을 쓸 수 있었지요. 아직도 코르시카Corsica 앞바다의 물빛 같은 로열블루royal blue 색감을 잊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여태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편지지便紙紙를 찾아 내 푸른빛 고백을 쓸 날이 오겠지요. 그때까지도 내 못다 한 말은 빛바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입니다.
*코르시카Corsica 섬 : 프랑스 남부, 지중해 북부 사르데냐 섬 북쪽 보니파초 해협 사이에 위치(다음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