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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가족의 온기 (1778년)

SF사극 <시간을 품은 달>

by 엄태용

창덕궁에 봄이 왔다. 매화가 피고 졌다. 복숭아꽃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시간은 흘렀고, 정조는 왕이 된 지 두 해를 맞았다.


서재의 촛불이 깜빡였다. 정조는 붓을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앞에는 흰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 빈 종이 위로 촛불 그림자가 흔들렸다.


율은 창가에 서 있었다. 은빛 갑옷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정조의 고민을 읽고 있었다.


"전하."

율의 목소리가 조용히 흘렀다.


"무엇이 그리 어려우시옵니까."

정조는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주름이 깊어져 있었다. 왕이 된다는 것의 무게.


"백성들이 아이를 버린다."

짧은 말이었다. 그 안에는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가난 때문에. 병 때문에. 전쟁 때문에."

정조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궁궐 너머 한양의 불빛들이 깜빡였다. 그 불빛 하나하나가 한 가족의 삶이었다. 그 안에 울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짐이 왕이 되었으나, 아직도 버려지는 아이들이 있다."

율은 조용히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이 바닥에 울렸다. 은은한 금속음이었다.


"전하께서 무엇을 구상하고 계시옵니까."

"자휼전칙."


정조는 붓을 들었다. 먹을 찍었다. 첫 글자를 썼다.

"버려진 아이들을 구하는 법을."


율의 눈동자가 빛났다. 내부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데이터가 흘렀다. 분석이 시작되었다.


[ 아동 보호 정책. 복지 시스템. 사회 안전망. ]


미래의 개념들이 그의 의식을 스쳤다. 동시에, 다른 무언가도 일어났다. 정조의 따뜻한 마음이 그에게 전해졌다. 데이터가 아닌, 감정이.


율의 내부에서 푸른빛이 한 번 깜빡였다. 미세한 떨림이었다. 나노 코어의 미묘한 진동이었다.

그것을 느꼈지만, 아직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어떤 내용이 좋겠습니까, 전하."

정조는 붓을 멈췄다. 율을 바라보았다. 은빛 갑옷 안에 숨겨진 얼굴이 달빛 아래 선명했다.

"그대가 사는 세상에는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느냐."


율은 잠시 침묵했다. 미래의 데이터가 흘렀다.

여전히 존재하는 고아들.

여전히 존재하는 가난.

여전히 존재하는 전쟁.


"있습니다."

솔직한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어떻게 돌보느냐."

"국가가 책임집니다. 시설을 만들고, 교육을 제공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합니다."


정조의 눈이 반짝였다.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성인이 될 때까지라..."

다시 붓을 들었다. 글자를 써 내려갔다.

고아가 된 아이들은 열 살이 될 때까지 관아에서 생활비를 제공하여 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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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주로 '영상화'를 목표로 사람과의 유대감이 담긴 'SF소설'을 씁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불완전한 존재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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