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나는 요즘 회사 일에 지쳐서, 연재 중인 소설 말고는 다른 걸 쓸 마음의 여유가 없다. 퇴근하면 머릿속이 텅 비어 있고, 주말이면 빈 문서 앞에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게 슬프다.
'나만 이렇게 못 쓰나' 싶어서, SNS에서 누군가의 왕성한 집필 소식을 보면 괜히 움츠러든다. 매일 쓰는 사람들, 새벽마다 원고를 완성하는 사람들, 그들의 열정 앞에서 나는 자꾸 작아진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누군가는 온전히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누군가는 쪼개진 틈새에서 한 문장을 건져 올린다. 누군가는 매일 쓰고, 누군가는 한 달에 한 번, 1년에 한 편을 쓴다.
그 모든 게 '쓰고 있다'는 거다.
지친 채로 쓴 문장도, 문장이다.
느린 속도로 나아가도, 나아가고 있는 거다.
어떤 글은 빠르게 흐르는 강물처럼 쓰이고, 어떤 글은 한 방울씩 고이는 빗물처럼 천천히 쌓인다. 둘 다 결국 같은 곳으로 흐른다. 누군가의 마음으로.
오늘도 쓰는 당신에게.
오늘은 못 썼지만 내일 쓸 당신에게.
우리의 속도는 틀리지 않았다.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