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
우재(愚齋) 박종익
노인의 왼팔은 몽당연필입니다
속심까지 다 닳아가고 있습니다
멀리 쪽방길 사이로 딸랑 손수레 하나
꼼지락꼼지락 털게처럼
세상에 대고 먼지를 피워 올리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사용했는지
왼팔이 없어 슬퍼 보이는 그에게
불온함과 초조함이 가득한 그 길에서
투구게 갑옷같이 한없이 딱딱해진
나는 꼼짝없이 화석이 되어 갑니다
그가 웃습니다
짧은 자라목을 보고 비웃습니다
이 몹쓸 이기적인 안도감을 향해
오른손마저 흔듭니다
보이는 건 온통 편린뿐
내 좁은 미간 사이로
위태로이 줄지어 서 있는 불길한 표지판들
더는 오 갈 데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마른 잎사귀들이 노인의 빗자루 위로 떨어집니다
노인은 길에게 오른팔을 마저 내주고
내 몸은 다시 강물 위로 떠돌고
멀어질수록 희미하게 들려오는 검은머리물떼새 울음
강은 노인을 부르고 그는 팔을 흔들고
참을 수 없는 골목 너머로
괜한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담아내며
세상에 대고 마른 비질을 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