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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 Dec 12. 2023

삼각관계 속 여주인공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청바지 입는 워킹맘



드라마 속 흔하디 흔한 소재인

삼.각.관.계.

하지만 21세기 로맨스 작품 속에도

삼각관계라는 장치가 빠지지 않는 보면,

역시 로맨스의 꽃은 삼각관계인가 보다.


삼각관계 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1. 특별히 예쁘거나 잘나지 않은 여주인공

(설정은 그러하지만, 연기하는 여배우들은 엄청 예쁨)

2. 그런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잘생긴 남자

3.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주인공

4. 결국 여주인공이 메인 남주를 선택

5. 몇몇 장애물을 이겨내고 해피엔딩!


수많은 삼각관계 드라마를 보며

나는 드라마 여주인공을 

한없이 부러워했었다.

저런 평범한(?) 여자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드라마니까 가능하다고,

여주인공이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면

'배가 불러서 저러지.' 하며

질투를 비아냥으로 교묘히 포장하곤 했다.




하지만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

늘 드라마 속 주인공을 질투하던 내가

삼각관계 속 주인공이 될 줄이야!


20대 때 이걸 경험했다면 좋았으련만..

(정말 아쉽게도)

내가 삼각관계 속 여주인공이 된 건

둘째가 태어나면서였다.


드라마와의 공통점이 있다면..

특별히 예쁘거나 잘나지 않은 여주인공이

두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는 것!

드라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엄청난 사랑을 주는 그 두 사람이

잘생긴 남자가 아닌 예쁜 공주님들이라는 것!


둘째가 태어나면서

두 아이 모두 나에게 절절한 사랑을 요구했다.

늘 자기만 봐주고, 안아달라는 두 아이.

다른 누구도 안 되고

오직 엄마여야만 한다는 두 아이.


를 향한 두 아이의 사랑은

드라마 속 순애보와는 조금 달랐다.

가끔은.. 사랑과 집착 그 사이처럼 느껴졌다.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착에 가까울 만큼 무한한 사랑을 주고, 또 사랑받고 싶어하는 두 아이ㅠ)

또한 우리의 삼각관계는

메인 남주도 서브 남주도 없는

결론 없는 드라마였다.


첫째는 동생을 돌봐야 하는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마냥 서운해했고,

둘째는 더 안아달라고, 더 사랑해달라고

울고 또 울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그렇게 욕하던 갈팡질팡하는 여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나를 향해 눈물을 흘리는 두 아이를 보며

원하는 만큼 사랑해 주지 못하는 미안해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해서

아이들과 같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4살, 1살 아이가 엄마 마음을 알 턱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더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삼각관계를 몸소 체험하며

여주인공의 고충을 깨달아갔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마음이 더 힘들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채워주지 못해 미안하고,

혹시나 아이가

자신을 덜 사랑한다고 오해할까  두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까 봐,

그래서  아이의 마음에

상처로 남을까 봐 두렵다.


하지만 세상 모든 형제, 자매, 남매가

이런 삼각관계(?)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거나

삐뚤어지는 것은 아닐테니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싶기도 하고..

또한 이런 삼각관계(?)를 통해

세상이라는 작은 축소판을

미리 경험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늘 생각하는 거지만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인 것 같다.

정답 없는 문제를 매일 풀고 있는 기분..?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 중)



아!

그리고 늦었지만..

그동안 비아냥거렸던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배가 불러서 저런다고 질투해서 미안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삼각관계를 겪어 보니

사랑받기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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