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속 여주인공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청바지 입는 워킹맘
드라마 속 흔하디 흔한 소재인
삼.각.관.계.
하지만 21세기 로맨스 작품 속에도
삼각관계라는 장치가 빠지지 않는 걸 보면,
역시 로맨스의 꽃은 삼각관계인가 보다.
삼각관계 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1. 특별히 예쁘거나 잘나지 않은 여주인공
(설정은 그러하지만, 연기하는 여배우들은 엄청 예쁨)
2. 그런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잘생긴 두 남자
3.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주인공
4. 결국 여주인공이 메인 남주를 선택
5. 몇몇 장애물을 이겨내고 해피엔딩!
수많은 삼각관계 드라마를 보며
나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한없이 부러워했었다.
저런 평범한(?) 여자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건
드라마니까 가능하다고,
여주인공이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면
'배가 불러서 저러지.' 하며
질투를 비아냥으로 교묘히 포장하곤 했다.
하지만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
늘 드라마 속 주인공을 질투하던 내가
삼각관계 속 주인공이 될 줄이야!
20대 때 이걸 경험했다면 좋았으련만..
(정말 아쉽게도)
내가 삼각관계 속 여주인공이 된 건
둘째가 태어나면서였다.
드라마와의 공통점이 있다면..
특별히 예쁘거나 잘나지 않은 여주인공이
두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는 것!
드라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엄청난 사랑을 주는 그 두 사람이
잘생긴 남자가 아닌 예쁜 공주님들이라는 것!
둘째가 태어나면서
두 아이 모두 나에게 절절한 사랑을 요구했다.
늘 자기만 봐주고, 안아달라는 두 아이.
다른 누구도 안 되고
오직 엄마여야만 한다는 두 아이.
나를 향한 두 아이의 사랑은
드라마 속 순애보와는 조금 달랐다.
가끔은.. 사랑과 집착 그 사이처럼 느껴졌다.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착에 가까울 만큼 무한한 사랑을 주고, 또 사랑받고 싶어하는 두 아이ㅠ)
또한 우리의 삼각관계는
메인 남주도 서브 남주도 없는
결론 없는 드라마였다.
첫째는 동생을 돌봐야 하는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마냥 서운해했고,
둘째는 더 안아달라고, 더 사랑해달라고
울고 또 울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그렇게 욕하던 갈팡질팡하는 여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나를 향해 눈물을 흘리는 두 아이를 보며
원하는 만큼 사랑해 주지 못하는 게 미안해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해서
아이들과 같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4살, 1살 아이가 엄마 마음을 알 턱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더 두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삼각관계를 몸소 체험하며
여주인공의 고충을 깨달아갔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마음이 더 힘들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채워주지 못해 미안하고,
혹시나 아이가
자신을 덜 사랑한다고 오해할까 봐 두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까 봐,
그래서 두 아이의 마음에
상처로 남을까 봐 두렵다.
하지만 세상 모든 형제, 자매, 남매가
이런 삼각관계(?)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거나
삐뚤어지는 것은 아닐테니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싶기도 하고..
또한 이런 삼각관계(?)를 통해
세상이라는 작은 축소판을
미리 경험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늘 생각하는 거지만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인 것 같다.
정답 없는 문제를 매일 풀고 있는 기분..?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 중)
아!
그리고 늦었지만..
그동안 비아냥거렸던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배가 불러서 저런다고 질투해서 미안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삼각관계를 겪어 보니
사랑받기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