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차원 그녀 Oct 31. 2024

열심히 살면 안 되는 이유

딸에게 혼났다. 

지난주 토요일이었습니다.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기사님 오신다고 했거든요. 3일에 한 번꼴로 와이파이가 끊겨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와중에 2번째 기사님 방문입니다. 집 꼴이 말이 아니라서 아침을 대충 먹고 청소를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 좀 하고 나니 금방 10시입니다.      


근방에 도착하셨다며 전화를 주셨던 기사님은 10시 30분쯤 도착하셨습니다. 남편은 오늘도 모뎀 안 바꿔주면 티비와 인터넷 갈아타자고 했는데 다행히 기사님이 모뎀을 바꿔주셨습니다. 그리고 며칠째 아무 문제 없이 잘 되고 있습니다. 11시 30분쯤 주말 관악부 수업 갔던 딸이 돌아왔고 바로 차에 태워서 식당에 갔습니다. 육회비빔밥으로 점심을 한 끼 해결하고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딸아이는 이제 일주일 치 모든 할 일을 다 했다며 잠을 자겠다고 합니다. 

“너 또 자냐?”

“아니, 엄마 나는 5일 동안 매일 아침 관악부 연습 가고, 학원 7시에 마치고 쎄빠지게 공부하고 다니는데 주말에는 좀 쉬어야지.”

“그래, 그래 양치나 쫌 하고 자라”     


자는 딸을 뒤로하고 오후에는 아는 선생님과 정지아 작가님을 만나러 북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작가님의 재미난 이야기를 듣다 보니 2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가져간 세 권의 책에 작가님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자랑했지만 책과 담을 쌓고 사는 남편은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에이 참!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간단히 저녁에 먹을 반찬을 사왔습니다. 국은 점심에 식당 가서 포장해 온 소고깃국을 데워 먹었고요. 오후까지 일을 하고 온 남편 얼굴에도 피곤이 내려앉았습니다. 아침부터 종종거리고 다닌 저도 낮잠을 못 잔 탓인지 눈꺼풀이 무겁습니다.     


후다닥 저녁을 먹고 남편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7시 30분 시작인데 7시에 도착했습니다. 진주지역에 있는 극단현장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이었습니다. 오늘 본 연극은 <강목발이>로 진주의 옛이야기에 나오는 전설을 모티브로 하였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아는 분께서 티켓을 선물해 주셔서 공짜 관람을 하였는데, 다음에는 꼭 내 돈 내산으로 응원을 해드려야겠어요.     

 

남편과 집에 돌아온 시각은 9시입니다. 둘 다 지쳐서 터덜터덜 거실로 들어섰습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소파에 누워있는 저를 보고 딸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정말 이해 안 돼. 엄마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 누가 주말에 엄마처럼 돌아다녀? 그러다 일찍 죽어!”


아....... 맞다. 내 꿈이 무병장수인데. 나 그동안 잊고 있었네.........


                    


작가의 이전글 현실 부부는 이런 일로도 싸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