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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언니 Oct 05. 2023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비효율을 참아줄 수 없는 경쟁의 시대


속담 같이 구전되는 말이 지혜를 담고 있다는 이야기는 흔히들 하는 이야기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새로워지고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어도 결국 사람이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래된 말들도 현실에 찰떡같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속담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그만큼 속담에 많은 공감을 한다. 그리고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까워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라며 시리즈를 공유한다.


이것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내가 한 사람이라도 나 같은 사람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소소한 일상의 노력이다. 세상은 어차피 혼자 살 수 없고 상호작용으로 살아가는 거니까 한 사람이라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마디라도 더 섞어볼 수 있고 의문이나 공감을 가질 수 있어 내 삶이 지금보다 풍요롭고 다채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박쥐 같은 간사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조 없이 간사하게 행동하는 것이 뒷말 듣기 딱 좋은, 좋아하는 사람이 극히 드문 유형의 사람이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욕을 먹는 이유는 온 신경이 줄 서고 눈치 보며 분위기를 읽는데 집중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생산적인 일을 덜하고 가끔은 비효율을 설천 하기도 하는데 줄을 서고 비위를 맞췄다는 이유로 생산적인 인원들보다 평가를 더 좋게 받기 때문이다.


왜 저런 유형의 인간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존재할까!?


생산적인 기능 없이 윗사람의 기분을 맞추며 줄을 서는 것만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성장세였던 과거의 시대적 배경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본다. 윗사람 입장에서 기업이 5%를 성장하든 7%를 성장하든 욕먹지 않을 만큼 성과를 낸 것은 변함이 없으며 아랫사람이 엄청난 효율을 보이며 생산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아도 내 기분을 잘 맞추는 직원 하나 둘 정도는 있어야 대접받는 기분도 나고 회사도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어차피 국가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성장세이기 때문에 베스트 퍼포먼스를 내지 않아도 그의 안위에는 문제가 없고 줄 서기만 하는 직원이 몇 명쯤 있어도 기업은 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장률이 떨어지는 요즘 시대에도 박쥐 인간이 서식할 수 있을까?! 그건 다른 이야기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고 국가의 역량을 다해도 과거의 5-7%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힘들다.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할까 매년 성장을 이루지 못할까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가 국가적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므로 절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단, 낭비를 줄여 효율을 높이고 우리의 베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전보다 더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국가 성장률이 이전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뉴스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다이내믹하고 생기 넘치던 대한민국의 거리가 텅 비고 매일 고기반찬이 올라오던 밥상에서 고기가 사라져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무서운 이야기이다.


국가 성장률의 하락은 기업과 사회에서 새로운 인력을 채용해 줄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윗 세대들을 바라보며 쓸모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 역량을 닦은 사회초년생들의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의 연쇄작용으로 취업을 못한 사람들은 소비 능력을 잃어버리고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은 알바를 고용할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해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오후 8시쯤 번화가는 과거의 빛을 잃은 채 한산해진다.





요즘 나오는 뉴스들을 볼 때 악순환의 스타트는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서울 번화가 한복판에서 저녁 8시가 되면 영업하는 카페를 찾기 힘들고 24시간 잠들지 않는 대한민국은 옛말이 된 지 오래이다. 사장님들은 손님이 뜸해지는 시간만 되면 알바 시급이 무서워 가게 문을 닫아버린다.


경제적으로 못 살아본 적이 없는 MZ세대들이 이전의 생활수준을 누릴 수 없게 되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맞이할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과거 세대와 비교하며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 못해 불만과 증오가 가득한 헬조선 같은 대한민국으로 머지않아 변해버릴 것 같은데 그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조직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줄 서고 비위 맞추는 것을 주요 업무로 여기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는, 박쥐인간’들을 제대로 된 업무와 성과, 역량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열심히 성과를 내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직장인들에 대한 정의실현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윗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그분들의 기분이 좋아져 기업의 매출이 급상승한다면 그것은 조직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니 그만한 평가를 받아야겠고 그렇지 않다면 그에 합당한 노력과 비용만 투입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는, 박쥐인간’들은 과거로부터 공공의 적이었으며 성장의 에너지가 가득할 때 더 활개를 친다. 그들의 존재가 조직에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에 티가 많이 나면 살아남을 수 없는데 사람이란 편하고 잘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하기 마련이라 윗분들이 박쥐인간을 곁에 두지 않기로 마음을 먹으시기 전까지는 그들의 퇴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다만, 국가 경쟁력이 과거보다 많이 후퇴하고 있는 지금은 낭비가 조직의 사활을 결정짓기에 박쥐인간들이 살기 좋은 서식환경은 아니다.


하루빨리 조직에서 진짜 일하고 성과 내는 사람들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으며 줄 서는데 온 신경을 다 쏟는’ 박쥐인간들보다 인정받는 정당한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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