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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정 Sep 17. 2024

달과 아이들

달과 아이들

    

  깊어 가는 가을밤, 하늘에 떠오른 달을 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그 신비로운 빛을 바라보게 된다. 같은 달이라도 추석에는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명절이란 같이 모여서 정을 나누고 마음의 여유를 찾으라는 의미에서 만든 날인데 요즘은 그 모습이 퇴색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든다. 달은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끝없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법 같은 존재다. 달빛 아래에서 뛰어놀며 그들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건 명절도 마찬가지다. 명절이 어른들에게는 부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기다려지는 날이다.     

 아이들은 달을 바라보며 "저기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달은 왜 저렇게 빛날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끝없는 호기심을 표현한다. 또 명절이 다가오면 어떤 음식을 하고 어떤 선물을 받게 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이 호기심은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어린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집에서 살던 아이들이 하나둘 타지로 떠나야 할 일이 생겼다. 장성한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야 하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는 함께 달을 보며 명절을 보냈는데 앞으로는 잠시 들렀다 돌아가는 반쪽 달을 보게 될 것 같다. 아이의 마음처럼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순수함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어릴 적 나는 추석 명절이 되면 평상에 누워서 할머니와 함께 밤하늘을 보며 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는 "달에는 토끼가 떡을 만들고 있단다"라며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곤 했다. 그 이야기는 나에게 달을 더 이상 멀고 차가운 존재가 아닌, 따뜻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느끼게 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추석 명절에 더 애착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집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달빛의 정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그 때문이다.     

 아이들은 달과 함께 여러 해의 명절을 같이 보내며 정을 나누었다. 차례 음식을 같이 만들고, 같이 나눠 먹으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추억이 되었다. 올해 어김없이 추석이 찾아왔는데 엄마의 마음은 이 행사를 어떻게 아름답게 꾸며서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 지을까, 고민하게 된다.      

 차례에 쓰일 식재료를 사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준비를 한다. 명절의 처음은 그렇게 시작한다. 식자재 하나를 고르는 것부터 마음이 통하니 그것이 곧 정이 쌓이고 있다는 증거다. 해마다 이벤트처럼 이런 날들이 반복되기를 바라면서 아이들이 헤쳐 나가야 할 삶이 여유롭기를 바란다.     

 지난밤 뾰족하게 솟은 커다란 건물 위로 둥근달이 뜬 것을 보았다. 둥글게 속이 꽉 찬 달이기에 아이들이 어울리는 모습은 특별하다. 달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자,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 아이들은 달을 통해 세상에 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달처럼 조금씩 스스로 채워가는 것이다.     

 추석에는 늘 보름달만 같아라. 라는 말들을 덕담처럼 나눈다. 따뜻함의 상징이 달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달의 신비로움과 어우러져 그 말에 가치를 더하는 것 같다. 기름 냄새로 가득할 오늘 하루를 준비하며 추억 칸칸이 전을 쌓고 이야기로 채울 것이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지만 내 몫의 일을 준비하는 지금 비는 그저 하나의 일상일 뿐 오늘은 즐거운 마음으로 달처럼 꽉 찬 하루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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