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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당탕탕 May 17. 2024

소수자가 되는 경험

대학교에 다닐 때 한 교수님께서 소수자가 되는 것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유학 시절에 외국인이 일으킨 테러가 있었는데, 그 사회에서 외국인 전체에 대한 분노와 공격들이 심각해져서 밖에 돌아다니기 위험한 때도 있었다고.. 그렇게 소수자로 살아본 경험이 인생에 깨달음을 줬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 같다.

그때까지 나는 소수자가 되어 본 적이 크게 없었고, 그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말씀을 듣고 나서 그런 게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일형 당뇨병에 걸리고 나서는 굉장히 소수가 된 느낌이다. 사회의 차별.... 을 솔직히 아직은 엄청나게 뚜렷하게 받은 적은 크게는 없지만 … (중증난치질환 요건이 되는데도 인정이 안돼서,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는 것도 차별이라면 차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편견과 낙인은 있는 것 같다. 소아당뇨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뉴스 댓글을 보면 안좋은 글들도 있다.


식당에서 인슐린 맞을 때 마약이나 이상한 걸로 오인할까봐 걱정되고… 당뇨인 모임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다른 모임에서 내가 인슐린 펜을 가지고 있는 사진이 우연히 찍혔는데 절대 올리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고 혹시 올릴까봐 엄청 걱정했다.

다른 사람들이 일형 당뇨가 뭐야? 너는 건강하게 사는데 왜 걸렸어? 이런 식으로 단지 궁금해서 물어본 걸 수도 있는데, 그렇게 물어보기만 해도 ‘너는 젊은 나이인데도 당뇨에 걸렸네?? 엄청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운동도 안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속상하다.

그리고 채용이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이 정체성을 편하게 드러내는 것이 두렵다.


이 블로그 말고 다른 블로그도 있는데, 그 블로그에는 일상 이야기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일형 당뇨 이야기는 전혀 못 올리고 있다.

이제는 여행을 할 때 일형 당뇨라는 것도 큰 부분이 되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액티비티를 하고 싶은데 당뇨 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하면 안 된다는 안내문이 있어서 못 했다든지.. 즐겁게 걷다가 갑자기 저혈당이 와서 앉아서 간식을 먹으면서 좀 쉬었다든지.. 식당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을 때 이거 인슐린이에요? 하고 누군가 물어봤다는지.. 인슐린 펜을 갖고 있는 사람을 봤다든지.. 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여행의 한 부분이 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그런 일상 블로그에는 올릴 수가 없다. 그래서 뭔가 계속 나의 한 부분을 부정하고 계속 꾹 누르고 있는 느낌이 들고 되게 답답한 그런 느낌이다.

원래도 사회적 민감성이 높아서 더 눈치를 보고 걱정하는 걸 수도 있고ㅠ


그래서 얼마 전에 있었던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에서 참여하신 분들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다.


만약 이전에 1형 당뇨인 친구가 내게 고민을 토로했다면, "에이 그런 걸로 차별 안할거야. 너 관리 잘하잖아? 하면 신고해!" 이랬을 수도 있는데..

나도 소수자 입장을 경험하며 딱 보이진 않지만 은은하게 있는 차별과 편견도 느끼고, 불안과 두려움에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누구나 다 소수자가 될 수 있고, 소수자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해와 포용의 폭이 넓어졌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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