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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시 Aug 13. 2023

미국 제왕절개 수술실은 이랬다

그들은 프로였다

    6월의 아침, 수술실에 들어갔다. 하반신 마취를 준비했다. 수술대에 앉아 등을 최대한 굽혔다. 간호사인 미란다가 앞에서 내 어깨를 꼭 잡고 서 있었다. 그녀는 연신 농담을 하고 말을 걸며 내 긴장을 풀어줬다. 


    "아기가 누굴 닮을지 정말 궁금해요. 우리 남편은 캄보디아계인데 우리 애는 내 얼굴만 갖고 태어났어요. 그런데 남편이랑 어떻게 처음 만났어요?" 


    나는 무서워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미란다의 따뜻한 마음이 좋아서 열심히 대답했다. 


    "내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동료 강사로 일하다가 데이트를...... 악!"


    척추에 큰 바늘이 꽂혔다! 그러고 한참 머물러 있다! 난생처음 겪는 기절초풍할 상황에 내가 부들부들 떨자 미란다가 내 이마를 꼭 안아주며 속삭였다. 


    "수술에서 제일 힘들고 아픈 일이 이거였는데, 지금 다 끝났어요. 이제 괜찮아요." 


    3년이나 지나 이 글을 쓰는데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돈다. 힘든 상황에 나를 도닥이며 안심시켜 준 미란다의 이름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허리 아래로 뜨뜻하고 괴이한 마취 기운이 돌았다. 남편이 들어왔다. 의사들도 들어오며 제왕절개 수술이 시작되었다. 미란다 말대로, 수술 중에는 꾹꾹 누르거나 쭉쭉 잡아당기는 듯한 묵직한 기척만 났다. 통증은 없었다. 그래도 불안했는데, 분만 내내 남편이 손을 꼭 잡아 줘서 심적으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아기가 10분 만에 금방 나와 울음을 터뜨렸다. 방금까지 뱃속에서 꿈틀대던 아기가 소리를 낸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목청이 큰 아기다.


    의료진이 활짝 웃으며 남편에게 탯줄을 자르라고 권했다. 우리 계획에는 없던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의료행위는 의료진이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가 우리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너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가위를 쥐여 줘서, 남편은 얼떨결에 탯줄을 잘랐다. 후에 남편은 "생각보다 질겨서 잘 안 잘렸다. 신기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그 후 의료진이 아기를 속싸개에 싸서 내 몸에 올렸다. 그러고는 남편의 폰을 요구했다. "사진 찍어 줄게요!" 그렇게 세 가족의 첫 사진이 수술실에서 찍혔다. 누워 있는 내 얼굴, 남편과 아기 얼굴이 확실히 잘 나오는 구도였다. 그들은 사진 촬영마저 프로였다.

 



    의사가 내 배를 꿰매는 동안, 남편은 아이와 함께 회복실로 갔다. 아기가 나왔다는 흥분이 가시자, 마취의 영향으로 구토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머리도 너무 아파서 힘들었다. 무엇보다 남편이 다른 방으로 가 버린 게 너무 허전했다.


    수술 전에 내가 남편에게 “아이가 나오면 내 옆에 있지 말고, 계속 아기에게 밀착해서 따라다녀요. 절대 아기를 다른 사람들과 혼자 있게 두지 말아요.” 하자, 남편이 “그럼 당신은 어떡해요?” 하고 걱정스럽게 날 봤더랬다. 그때는 “아니 아기가 중요하지 내가 뭔 걱정이냐고” 호언장담하며 남편한테 아기 잘 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 놓고 남편이 진짜 가니 너무 외로웠다. 30분도 안 돼 만날 걸 아는데도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 호르몬의 영향이었나 보다. 아니면 이제 아기가 나온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건 남편밖에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수술실을 나간 남편이 원망스러웠던 건 절대 아니다.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남편에게 아이를 따라가라고 할 테다. 그게 맞다. 나는 그저, 미리 예측할 수 없었던 출산 호르몬의 활약에 처음 압도당한 상황이었고, 그런 내가 많이 낯설어서, 좀 놀랐다.  




    회복실에 가니 아기는 어떤 기계 아래에 누워 있었다. 자외선을 쬐는 기계라고 했던 것 같다. 따뜻하게 몸을 데워주니, 아기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 아기를 남편이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기적과도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간호사들이 나를 다른 침상으로 옮기고, 드디어 내 몸 위에 아기를 올려 주었다. 작고 따뜻하다. 나를 많이 닮았다. 내 예쁜 아기 고슴도치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재미있게 지내자." 


    귀엽게 꼬물대며 내게 달라붙는 아기에게, 오랫동안 준비한 인사를 건넸다.




주의사항: 글쓴이의 경험과 이 글의 방향이 모든 미국 병원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의학적인 부분은 반드시 본인의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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