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니김 Jul 24. 2023

아고똥하니 여여하게 살어리랏다

어쩌면 인생은 변덕쟁이야

“아니 벌써, 여름이네” 누가 변덕을 부렸을까? 요즘따라 인생이 변덕스런 계절과 닮았다는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좋을 때도 있지, 나쁠 때도 있지, 즐거울 때도, 괴로울 때도 있겠지”자문해보면서 말이다. 인생이란 게, 이랬다가 저랬다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기에 재미있는 걸까? 


 인생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강처럼, 파란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변덕쟁이다. 그렇게 웃고 울다가도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면서도 웃픈 순간들의 변덕스런 삶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인생후반전에 들어서자, 나의 관심사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토록 좋아하던 영화감상보다도 들꽃무리나 텃밭농장 일터삼아 멍때리는 시간이 더 좋은 걸 보면, 중년의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젊은 날의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운명의 수레바퀴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파도처럼 일렁일수록, 열정과 냉정사이에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이라는 것을 중년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도시의 아파트 생활중엔 틈만 나면, 주말 나들이에 나서곤 했다. 심지어 절친끼리 고딩친구들 부부모임을 만들어 분기별로 1박2일 코스로, 때론 번개팅 방식으로 산과들, 섬여행길에 나섯드랬다. 복수초랑 꽃마리 봄을 알리면, 밭두렁길의 냉이 캘 무렵부터 늦가을 홍시 까치밥 남길 때까지 싸돌아 다녔던 것이다. 

 우리들 부부동행모임의 별칭은 순남순녀회(약칭 순우회)였다. 지금껏 무려 10여년째 유지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우리 모임도 식상해진 건지,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좋은 추억꺼리가 훨씬 많았지만, 차츰차츰 우여곡절도 많아지더니, 오해유발인자가 쌓여가면서 어쩌다 한 두번 번개팅하는 식으로 변해갔다. 그래도 우리들 모임이 좋았던 것은 술자리나 둘레길 트래킹중에 이야기꽃을 피우면, 뒷담화 보다는 언제나 와이프 칭찬을 능청스럽게 잘했던 친구들이었다는 것이다. 늘 긍정부부의 참모습을 자주 보여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등산중에 숲속의 나무를 껴안아주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시를 읊어주는 친구, 농담반 진담반 말주변이 좋은 친구, 또 어떤 친구는 술만 마셨다하면, 말버릇마다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셩”이라고 외쳐대곤 했다.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인생인지라. 우린 그렇게 인생의 무게를 내려놓고 삶의 희로애락을 맘껏 풀어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산다는 건, 변덕과 선택의 연속이기에, “이 또한 지나가리(This too, Shall pass away)”란 명언의 뜻을 새기면서 말이다. 그럴수록 더 아름다운 것이고, 운명과 줄다리기하다 보면, 더 맛있는 경험의 연속이란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마냥 눈부셨지, 당신이 그저 긴 머리카락 휘날리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아했지, 함께 거닐던 고갯길 너머 개울가에 버들소리에 취했던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웠지, 방랑 속에서도 더불어 길을 걸어가는 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고마웠지, 아무리 힘들어도 쓰담쓰담 그대의 아름다운 손길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바람처럼 하루가 열리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