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순간이라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실 꽃에는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유독 벚꽃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 짧게 피는 그 찰나의 순간이 아쉬워 유독 아름다워 보이는지, 원래부터 아름다웠는데 그 순간이 짧아 유독 아쉬운 건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본능에 따라 3월의 끝자락부터 4월의 중간까지 벚꽃을 쫓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러닝머신을 탈 때도 벚꽃이 잘 보이는 자리에서 달리기하고 일을 하다가도 눈이 피곤할 때면 창가 너머의 벚꽃 나무를 바라보았다. 주말이면 근처 공원을 돌며 벚꽃 구경을 했었다.
항상 그 자리에 있길래 전에는 그냥 ‘벚꽃나무’구나 했었는데 올해는 왜 그렇게 떨어지는 꽃잎들이 아쉬웠는지…. 공원에서 떨어지는 꽃잎 하나 더 잡아보려 발버둥 쳤었다. 그렇게 내 손바닥에 꽃잎이 무사히 떨어지면 꼭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는데, 아직 꽃잎을 덜 잡았는지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다. 그냥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순간이 마냥 순수해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스무 살에는 동기들과 벚꽃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었고, 스물의 중반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벚꽃이 예쁜 길을 찾아 산책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곤 했다. 이십대의 끝자락에는 신촌 캠퍼스 앞에 있는 벚꽃길과 그 길을 걷는 대학생들을 보며 대학 생활을 추억했었다. 그러고 보니 내 어렴풋한 기억 속 즐거운 추억이 담긴 공간을 살펴보니 벚꽃과 함께한 순간이 참 많았구나….
이제 꽃잎이 다 내려 앉은 벚꽃 나무를 보며 친구에게 배운 벚꽃 아이스크림 샷을 다시 찍어보았다. 멀리 있는 벚꽃의 기둥을 향해 주먹을 쥐고 사진을 찍으면 딸기맛 혹은 체리맛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 벚꽃 아이스크림 샷이다. 한참 벚꽃이 만개했을 때 찍은 벚꽃 아이스크림 샷과 지금은 초록초록한 벚꽃나무 아이스크림 샷을 비교하며 낄낄대다 아무래도 나는 벚꽃은 순간이라는 생각에 더 아름답다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마치 벚꽃 같나 보다. 다양한 감정 중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정말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그 이후로는 휘발성 강하고 불명확한 내 기억이라는 공간에 저장되어 먼지가 내려앉도록 그 자리에 남아 살아간다. 그리고 가끔 생각날 때면 그런 추억들을 다시 쓰다듬어 가며 설렘을 느낀다. 벚꽃은 내게 그런 추억을 꺼내주는 매개체다. 힘든 순간이 올 때면 다음에 반드시 행복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세 계절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면 그 자리에 벚꽃이 필 것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