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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bechu 얀베츄 Aug 11. 2023

공부 좀 해보려니 임신이라뇨

왜 뜬금없이 미국에서 교사가 되었나 - (3)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말하자면 좀 더 문턱이 낮은 대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 2년제 대학입니다. 전공을 정해 4년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학사학위 Bachelor's Degree를 따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데, 미국에서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실무와 직결된 공부를 하여 해당 자격증을 따거나, 준학사학위 Associate Degree를 받거나, 학사학위를 따기 위해 필요한 과목의 학점을 필요한 만큼 따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하거나 하는 여러 옵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의 계획에 따라 유연성 있게 커뮤니티 칼리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늦깎이 학생으로 특별히 꼭 가야겠다 하는 대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박사가 돼서 교수가 되겠어! 같이 학업 자체에 대단한 뜻을 둔 것도 아니었으며, 그보다는 좀 더 미국 속에 들어가는 관문으로서의 진학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저렴하고 활용도 높은 커뮤니티 칼리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네 과목 정도 수강하려면 천 불이 넘게 들었다고 했는데, 당시 저의 주소지가 커뮤니티 칼리지에 세금을 내는 공립학군 내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Out-of-District로 수업료가 In-District인 학생들보다는 더 비쌌었습니다. 대학 수업의 한 과목은 보통 3에서 4학점이 매겨져 있는데, 제가 졸업한 커뮤니티 칼리지는 오늘 현재 1학점당 $84.50(학군 내 거주), $180.50(학군 밖 거주)로 꽤 차이가 크네요. (갑자기 배가 아프다..)


각설하고,


저는 커뮤니티 칼리지에 2012년 등록을 해서 처음에 여름 학기로 시작을 했어요. 마음먹자마자 등록해서 바로 다닐 수 있는 학기부터 시작한 셈이죠. 커뮤니티 칼리지의 장점은 저렴한 학비 외에도 이미 직업전선에 나가있는 성인들이 돈을 벌어서 자기 학비를 대며 대학교육을 이어나가는 것을 돕기 위해 일 년에 두 학기만 개강을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여러 번 개강을 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봄학기, 여름학기, 가을학기 그리고 겨울 단기 학기도 있거든요. 그리고 수업기간의 길이도 다양하게 개설되어 있는 것이 저같이 인내심 부족한 사람에게는 아주 매력적이었단 말이죠. 전통적인 한 학기는 16주인데, 이외에도 10주, 8주, 5주, 그리고 겨울방학(연말의 연휴가 몰려있는 기간)을 이용해 빡세게 빨리 끝낼 수 있는 2-3주짜리까지 골라 들을 수가 있습니다. 현장 실습이 반드시 필요한 과목이 아니면 온라인으로 모든 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도 되어있어서 강의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도 학교를 다닐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고등학교만 졸업했다면 입학시험도 따로 없고요. 영어, 수학 레벨테스트는 봅니다. 점수가 낮으면 대학 수준의 수업을 바로 들을 수 없고, 그 아래 단계의 수업을 들어 기초를 다진 후에야 대학 수업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름대로는 큰 마음을 먹고 시작한 대학 생활. 혼자 차를 몰고 한여름에 집 근처 캠퍼스에 가서 수업을 듣는데 교양필수 같은 과목들인지라 배경도 다양한 사람들이 와있더라고요. 영어 1이라는 수업의 첫날엔 파트너를 하나 골라 서로에 대해 인터뷰해서 반에서 발표하는 수업을 했던 기억입니다. 얼마나 어색하고 긴장됐는지. 재미있게도 지금 제가 신학기에 학생들에게 그런 걸 시키고 있네요.


그런데 어쩜 굳이, 하필 그때 임신이 되었을까요. 몇 달간 준비했던 임신이었건만 기뻐하기도 전에 병원 입원, 응급실, 베드레스트 등의 불안한 임신 초기를 보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급성 신우신염으로 입원을 했었고, 퇴원 후 며칠 쉰 뒤 괜찮겠지 하고 학교를 갔던 날, 집에 돌아와 무서운 하혈을 겪었어요. 여러 가지로 인해 저는 임신 기간임에도 오래 약을 먹어야 했고 무기한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임신 중기에서 말기는 한국에 가서 지내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임신을 유지하는 데만 신경을 썼지요. 그리고 2013년 봄에 저는 무사히, 드디어 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라는 ‘업’이 생기자 “나.. 미국에서 살려면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에서 잠시 해방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학교 다니는 것도 갑자기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애써 낸 용기도 어차피 절반 이상은 내 뜻은 아니었으니 고이 접어 깊이 숨겨두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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