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수집해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만난 모든 이들을 기록으로 남겨왔다. 나는 사람을 만나며 성장했다고 믿었는데, 때로는 그와의 카톡 대화를 다시 읽거나, 싸웠던 이야기,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곤 했다. 사랑한다고 했지만 결국 이별한 상태에서 읽으면 더 이상한 기록들. 물건을 사 모으는 것 대신, 글로 남겨 기록하는 이 취미는 어쩌면 수상쩍고도 께름칙한 것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오늘. 물개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자. 물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모임에서였다. 처음 남긴 기록은 단지 키나 이름, 사는 곳 같은 단순한 정보들 뿐이었고, 그 정보를 아래로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추가되어 있었다. 왜 나는 끝을 생각하게 된 걸까.
만난 지 두 달도 채 안 되었는데 이별을 가장 많이 생각하다니, 나도 참 우습다. 그래서 적어보는 이 말, 나는 그냥 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9살, 눈앞에 펼쳐진 일상은 각막이 찢어지고, 해파리에 쏘이고, 퇴사를 하고, 작은 불행들이 이어진 시기였다. 너무도 불안한 마음에 기대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물개라는 존재에 잠시 기대려 한 내가 미워서 적은 글들, 나는 내 안의 혼란을 쏟아낼 핑곗거리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게 바로 너였던 거고. 회색 옷에 남은 두 개의 눈물 자국과 하나의 콧물 자국, 그리고 나를 꼭 안아준 너의 따스한 손길까지. 너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그렇게 눈을 감았고 아침을 맞은 나. 나는 그저 온기가 필요했어, 안아준다는 말에 눈물을 흘릴 만큼 차가운 곳에 있으니 말이야. 이 글이 우리 이야기의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간절하게 말이지. 네가 계속 나의 수집품이 되어주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