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불안했습니다. 불안이란 감정을 직접 가져왔냐 물으신다면, 아니요.
불안이란 늪에 태어나 불안이란 것이 감정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지요. 중학생 시절 한 친구는 제 몸에 물든 멍이 본인의 꿈이라 말했습니다. 제 꿈에 나란 사람이 나온 날에는 늘 제가 다쳐있다는 증거를 내밀면서요. 그 말이 정말인지 물어보신다면, 그것 또한 모를 일입니다.
저 또한 심장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날에는, 말을 숨겼으니까요.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촉이라 말하나요? 눈을 마주친 순간 섬뜩하다 느낀 감정은 늘 실현되었기에 어깨를 움츠린 채 살았습니다. 불안 앞에서 한 없이 겸손해진 저는 신께 빌곤 했지요. 이토록 작은 나를 제발 지켜달라고, 일으켜 달라 말입니다.
사람들은 불안이 찾아온다 말하곤 합니다. 생각하기 나름일 뿐, 안정보단 불안이 득이 된다 말하죠. 그래서일까요. 어느 순간 저는 동반자처럼 불안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잊었다 해도 예상치 못한 순간 불현듯 존재를 들어내니 말이지요.
하다못해 면접을 앞둔 시점에서도, 타인을 만나 대화하는 시간에도 불안을 느낍니다. 그런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술에 의지하여 기억을 잃거나, 나 자신을 믿고 상황에 스며들길 기대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녹슬거나.
어떤 선택이든 결국 불안에서 도망칠 수는 없겠지요. 술에 의지해 잠시나마 잊어보려 해도, 그 뒤에 남는 공허함이 저를 붙잡을 텝니다. 술과 불안이라, 참 독한 놈이지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녹슬기도 싫고요.
불안이란 놈은 참 몹쓸 놈이네요, 그렇게 제 자신도 불안의 일부가 되어버릴 것 같습니다.
이 불안 속에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