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이나 만나봤어요?”라는 말에 제대로 된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서로 만나기로 합의된 채 그저 만난 이를 말하는 건지, 혹은 연애하자는 말로 관계를 맺은 사람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5명이요, 아니 이제 6명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그 수는 더 늘지도, 줄지도 않을 듯합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사랑한 모든 이들과의 기억을 적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대로 곧장 집에 와 제가 만난 이들을 끄적여 보았습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인물은 지나친 왜곡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1.
너에 대해 끄적여 보기로 했다. ‘내가 사랑한 모든 이에게’라는 주제로, 희미해진 기억 속 너를.
# 2.
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름도, 성격조차 기억나지 않아 드럼스틱을 든 네 모습만 남았다.
# 3.
홍대 길가에서 너를 만난 날, 우리는 달콤한 마들렌을 사랑에 비유한 노래를 불렀다. 내 기억에 남는 건 네 손등에 자리한 커다란 점, 점식이라 불리던 그 별명까지 사랑했었다. 내 몸에 옮겨오고 싶을 만큼.
# 4.
우리 관계에 대한 확답을 피하던 너, 우울함을 품은 네 모습이 좋았다. 수면제와 위스키로 하루를 마감하던 네게 건넨 주황색 튤립, 그 의미가 뭘 뜻했는지.
# 5.
빨간 볼을 감추려 웃던 너는 예뻤다. 조용한 밤바다를 함께 보던 그날, 네 가스라이팅에도 널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날 이후로 해바라기가 미워질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 6.
서로를 너무도 잘 일고 있던 우리는 서로를 놓아주기로 했다. 너는 나를 특이한, 혹은 특별한 사람이라 말했는데 이제야 네 말을 이해해 버릴 줄이야. 가끔은 정을 두지 못하고, 안정적이지 않은 내가 미웠지만 이젠 괜찮아.
# 7.
그래서 너에 대해 쓰기로 했다. 기억도 희미한 너와 나의 거짓과 순수함을. 금기의 영역을 깨려던 너, 모든 걸 함께 하자던 너까지.
나의 회고록이자 어쩌면 나의 수치. 그리고 어쩌면 헌정을 남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