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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Nov 21. 2024

먹지도 못하는 인간이니까요.

나 스스로에게 질려버린 날입니다. 아마 돼지우리 속 돼지도 절 보고 웃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돼지는 살이 찌면 칭찬이라도 듣지, 전 먹지도 못하는 인간이니까요.


침대에 누워 하루를 보내곤 하는데, 가끔 10 보도 안 걸은 날이면 억지로라도 나가서 산책을 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핸드폰을 뒤적이다 잠들었고, 오후 3시쯤 눈을 떴는데 벌써 밤이 된 거 있죠. 비가 온 날이라 더욱 어두웠던 바깥 풍경이 우울감에 몰입하게 만들었어요. 어쩐지 오늘 하루가 개운하다 싶었거든요.


글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신청했던 미션캠프도 어느 순간 억지로 과제를 하다, 뒷전으로 밀어버렸지요. 그 죄책감에 시달리면 좋으련만 저는 환불금 생각을 먼저 하고 있었어요. 반이라도 돌려받으면 다행이다 생각하며 말이지요.


그래서 지금의 제가 뭘 하느냐 물어보면, 그러게요?

대화를 하겠다고, 글을 쓰겠다고 나갔던 독서모임에서는 부족함을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밝히곤 집에 와서 숙취에 시달렸어요.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고, 매일을 살아가는데 전 후회를 먹이로 소처럼 되새김질할 뿐이니 돼지도 절 보고 웃겠지요.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나 스스로를 찾겠다 말했어요. 호기롭게 미래엔 나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 말했지요. 책과 술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곳을 운영하고 싶단 생각이요. 그러다 문득, 전에 만난 이가 많이 아프단 이야기를 듣게 된 거예요. 꼭 좋은 사람을 만나라더니 본인은 아프답디다, 잘 지낼 거라 생각한 저의 믿음을 와장창 무너뜨린 사건이었어요.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다시금 머리에 남았기 때문일까요, 전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지는 않아요. 집에 와서 다짜고짜 결혼하자는 이야길 꺼냈지만 돌아온 답은 외면이었거든요.


그저, 그대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한숨만 내뱉은 밤이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건 참 웃긴 일이에요, 내 건강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웃기니 일이지요.

한국인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냔 물음에 ‘돈’을 택했다 합니다. 한국인만큼 물질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민족도 없다 해요. 급성장한 나라이기도하고, 이처럼 비교를 많이 하는 인구도 없대요.


저 또한 집착 않고 살고 싶은데 제 몸은 그걸 원치 않나 봐요. 잘 보이고 싶어 운동하고 열심히 살았던 것도 예전. 지금의 저는 뭘 하며 살고 있는 거죠?


책을 읽는 것도 아니면서 가방만 살펴보고, 취업을 하겠다며 이력서를 둘러보다 눈을 감는 그런 시간을 보내다니, 참 답 없는 하루 아닌가요. 그나마 하는 일이 매일 하루 머리를 감는다, 그것뿐인 듯해요. (세상에 머리 감는 게 유일하게 제일 잘하는 일이라니 정말 웃겨).


머릿결이 상한 건 겨울인 탓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늘어난 듯해요. 몸이 추워 여러 겹의 옷을 걸쳤지만 시린 발이 따스해지지 않았어요, 그 와중에 “우린 언제 봐?”라는 말을 외면할 뿐이었죠.


쇼호스트 제의를 받은 날에도 그랬어요, 당당하게 해보고 싶다 말하고선 의심되는 마음에 도전을 굽힌다니. 도망치는 삶엔 아무것도 없다 생각한 사람이 누구였죠? 과거의 저는 없어졌나 봐요.


이쯤에서 정리해야 할까, 일어나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 날갯죽지가 아려왔어요.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다는데 하긴 요즘 들어 내내 누워 있긴 했거든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는 날이에요. 죄책감에 쌓여, 우울감 또한 외면한 하루, 그런 날이 오늘입니다.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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