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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도 많은 걸 바라온 걸까

by 벼리울

아침에 일어나 급하게 집을 나섰어. 늦잠을 잤거든. 커피도 마시고, 밥도 챙겨 먹겠다 마음먹었는데 오늘의 나는 잠이 더 중요했나 봐.


창 밖에는 눈이 내렸고 날씨가 꽤 추웠던 것 같아. 버스를 타기까지 조금 덜덜 떨었거든. 잘 잤냐는 말에 오랜만에 푹 잤다는 대답을 하고 교통카드를 주머니에 욱여넣었어. 왜일까 오랜만에 길을 나서는 느낌. 나를 챙겨주겠단 이의 연락에 꽁꽁 언 손을 녹이며 시간을 냈어. 추운 날씨가 애석하게 마음은 너무도 따스했지.


케이크를 사준다는 말에 생일날 부탁한다며 거절을 하면서도 너무 따스한 거야. 차갑게 식은 손이 애석하게도 그 마음이 고마워 웃음이 흘러나왔어.


집에 와서는 오랜만에 포장해 온 햄버거를 먹었는데, 아버지가 어슬렁 거실로 나와 햄버거 반절을 똑 떼어간 거야. 평소라면 거들떠도 안 보실 이가 햄버거를 가져가다니, 괜스레 웃음이 나오는 거 있지. 나도 모르게 안방으로 달려가 치즈스틱과 치킨너겟을 들이밀었지 뭐야. “안 먹어!”라는 말과 함께 양손으로 튀김거리를 잡고 계신 모습을 보는데 감사하더라. 내가 너무도 많은 걸 바라온 걸까, 세상은 생각보다 작고 소중한 행복이 가득했다는 걸 다시금 느꼈어.


사실 마음이라는 건 표현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거든.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모를 일이고. 사랑을 받아봐야 사랑을 한다는 말처럼 사랑을 가득 받아서일까? 나는 요즘 행복을 느껴.


나 또한 사랑을 주고 싶어졌어. 감사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네 덕이라는 말까지 그 모든 말이 따스하잖아. 나는 그 따스함을 그가 내려준 커피 한 잔과 함께 전부 소화시키는 거야. 그걸 이제야 느끼다니, 조금은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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