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게조차 선택받지 못 한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을 보고 온 날.
색감으로 노란빛에 아나벨을 품다, 어둠 속으로 사람들을 불러오는 그 덕에 숨을 죽인 날이다.
자신의 존재를 그림으로 증명하려 한 것이 얼마나 멋지고도 외롭던가.
벗어도 야하지 않고, 별거 없는 표현에도 우수가 잠겨있어 인간은 자기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다는 그의 신념을 느낀 듯하다.
무한한 책임감 속에 홀로 지상에 버려진 채.
이 땅에서 스스로 개척하는 것 외에는 다른 운명 없이 그리기만 한 사람.
한 번쯤은 꼭 미쳐봐야 할지도. 그것이 무엇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