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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션으로 읽는 미술 Jan 04. 2024

패션전시를 여는 서울의 ‘인스타그래머블 박물관’

패션으로 읽는 미술

2010년대부터 서울에서 다양한 패션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의 영향이 있다.

대림미술관은 패션, 사진, 가구 등 대중이 특별한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카테고리의 전시를 선보이며 ‘줄 서서 입장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특히 20대와 30대에게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미술관’으로 불리며 젊은 세대가 미술관 방문을 문화향유와 여가 활동으로 즐기는 현상을 이끌었다.

2011년 유명 패션사진작가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의 회고전 <Juergen Teller: Touch Me>를 시작으로 패션계 거장 칼 라거펠트(Karl Largerfeld)의 사진전 <Work in Progress: Karl Lagerfeld Photography Exhibition>, 2015년 <헨릭 빕스코브: 패션과 예술, 경계를 허무는 아티스트(Henrik Vibskov: Fabricate)>’, 2016년 <닉 나이트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Nick Knight: Image)> 등 성공적인 패션전시를 잇따라 선보이며 엄청난 수의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유물이나 고가의 미술전시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담 없이 친근하게 느끼면서도 혁신적이고 주목을 끄는 패션전시의 특성으로 젊은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더불어 대림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사진 촬영을 허용하며 전시 공간을 일명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만들었다. 이렇게 서울에서 패션전시는 ‘볼거리’, ‘인증샷’, ‘인생샷’, ‘재미’, ‘놀이‘ 등을 연상케 하는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되었다.

최근에는 서울생활사박물관,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일민미술관 등 서울의 여러 박물관이 흥미로운 패션전시를 열고 있다.


 박물관이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변모한 데에는 패션전시의 역할이 매우 크다. 시대에 따라 박물관은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1990년대부터 박물관은 패션전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바탕에는 관람객들의 수요가 있다. 박물관들은 경제적 자립을 위해 시장 지향적 활동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의 요구에 따라 대중성 확보에 집중하였다. 패션전시는 다른 장르의 전시보다 관람객에게 친숙하고 박물관 진입의 장벽을 낮춘다. 더불어 패션전시는 패션 매체와 인플루언서가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새로운 관람객 유치에 유리하다.


이와 같이 박물관들은 패션전시를 통해 인스타그래머블한 박물관이 되었다.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다소 불편함을 주던 박물관에서 패션전시가 박물관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문화 접근성을 높였다.


하지만 박물관에서의 패션전시는 전시내용의 가벼움, 전시형태의 획일화, 박물관의 상업화 같은 부정적인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로 인해 그리고 관람객의 수요로 인해 박물관은 패션전시를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패션전시 성향이 불러올 미래의 박물관, 오락성과 전문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공존하고 있는 현재 박물관을 둘러싼 여러 모습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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