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션으로 읽는 미술 Jan 09. 2024

예술가들은 무엇을 입을까?(3)

데이비드 호크니는 패셔니스타

몰입형 미디어 전시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이어가는 데이비드 호크니.

아마도 그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호크니의 작품만큼이나 그의 유명세를 더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호크니의 패션입니다.      

호크니는 남다른 패션감각을 지닌 유명한 패셔니스타입니다.

이런 그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시였는데요.      

호크니는 학교를 다닐 적에 시 한 편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시는 17세기 로버트 해릭(Robert Herrick)이 쓴 ‘흐트러짐 속 아름다움(Delight in Disorder)'였습니다. 이 시는 흐트러진 옷맵시를 이야기하면서 흐트러짐 안에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흐트러지게 걸쳐진 스카프, 흐트러지게 묶인 레이스, 폭풍같이 주름 잡힌 흐트러진 페티코트 등..

이러한 흐트러짐이 완벽함보다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호크니는 이 시에서 스스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시의 문구를 인용하곤 했죠.       


대담한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카디건, 빨간 넥타이, 와이드 팬츠, 어울리지 않는 양말 그리고 잠자리 모양의 동그란 안경은 호크니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아이템들입니다.

그는 일생동안 이런 비슷한 옷을 입으며 그의 옷장을 가득 채웠는데요.      

이러한 그의 옷은 퀴어를 표현하는데 새로운 지침서와 같은 것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믈론 호크니는 동성애를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호크니의 옷은 그 당시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법으로부터 자유롭게 살고 싶은 그의 자유의 표현이었습니다. 즉 옷은 호크니에게 일생동안 자유였습니다.


호크니 이전 세대의 동성애 문화는 주로 귀족이나 특권계층의 남성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상류층 스타일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법을 무시하고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옷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이유가 없었던 듯합니다.

반면, 당시 노동계층의 동성애 남성들은 노동으로 단련된 페티시화된 몸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주로 농장의 노동자(farm hand), 정비공, 수리공(handy) 같은 직업을 갖고 있었고, 그들의 옷은 다소 에로틱하게 비치기도 했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하나의 동성애 스타일로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반에는 소설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christopher isherwood), 디자이너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 그리고 패션사진작가 세실 비통(cecil beaton) 같은 인물들로 인해 우아하고 점잖은 퀴어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했던 호크니는 사회 계층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옷을 입었고, 이는 곧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호크니의 스타일은 예술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처럼 많은 남성복 디자이너와 잡지에 영감을 주어 새로운 남성복 스타일을 유행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버버리(Burberry), 펜디(Fendi)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패션 영역에 영향을 끼친 호크니의 작품과 패션 스타일은 그가 태어난 잉글랜드 베드퍼드셔주에 위치한 베드퍼드 뮤지엄 앤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패션은 우리의 몸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정체성의 일부로서 자신을 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가들은 패션의 심리적 요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호크니가 옷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듯 말이죠.      


1959년 그가 런던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공부할 당시 유럽에서 컬러 아크릴이 비쌌기 때문에 컬러는 흔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점점 더 비비드 한 색상의 옷을 입으며 그의 회화도 점점 더 비비드 해졌습니다. 이후 그는 오늘날 색채의 마술사라고도 불리죠.      

이렇게 예술가들의 옷은 창의적인 표현의 일부이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또 페르소나 마케팅으로서 기능하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한 국제적인 예술가이죠. 그의 작품과 함께 그의 스타일도 눈여겨보면서 그가 끼친 남성복의 영향력 그리고 옷을 통해 전달하는 ‘자유’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패션전시를 여는 서울의 ‘인스타그래머블 박물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