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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션으로 읽는 미술 Jan 27. 2024

벨 에포크 ‘신여성’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콜레트>

패션으로 읽다

영화 <콜레트>는 좋은 시절이라고 불리는 '벨 에포크 시대'를 그린다. 벨 에포크 시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평화로운 시기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좋은 주제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미셸 들라크루아’가 있다.


영화 <콜레트>는 평화롭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운 벨 에포크 시대를 그린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자본주의의 폐해, 신흥 부르주아의 등장 등으로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던 이 시기를 콜레트라는 실제의 여성인물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콜레트는 벨 에포크 무렵 여성작가로 남성 중심적이었던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새로운 여성상인 ‘신여성’이었다.

19세기 후반 벨 에포크 무렵 프랑스 내에서는 여성 해방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 신여성이 등장하였다.

패션사로 이야기하자면, 여성들이 코르셋에서 해방되는 과도기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실제 인물인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는 프랑스 생 소뵈르 작은 마을에 살다  19살이 되던 해인 1893년 홀아비이자 그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던 파리의 난봉꾼 윌리와

결혼을 하게 된다. 윌리는 벨 에포크 시절 파리에서 꽤 유명했다. 대필 작가에 의존하긴 했지만, 몇 편의 책을 출간한 소설가이도 했고, 음악과 문학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후 파리로 온 콜레트는 윌리의 외도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 윌리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되고, 이를 계기로 남편 윌리의 대필 작가가 되어 콜레트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클로딘>을 쓰게 된다.

책, 공연으로 만들어진 <클로딘>은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급기야 클로딘 이름을 딴 수많은 제품들이 나왔다. 클로딘은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인플루언서였다. 모든 여성들이 그녀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따라 했으니 말이다.

클로딘을 포함한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실제 인물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답게 영화 속 배경과 인물들의 모습에서는 그 시대의 분위기를 쉽게 읽어낼 수가 있다. 특히 패션은 그 시대의 산물로서 당시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미시/클로딘/콜레트

당시 상류층 여성들은 사교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러 벌의 옷이 필요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옷을 갈아입었다. 집안에서는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착용했고, 정찬을 위해서는 이브닝드레스를 착용했다. 그리고 벨 에포크 시대에는 19세기말부터 시작된 아르누보의 영향으로 소매를 부풀리고, 허리를 조인 아워글래스 스타일이나 가슴과 힙을 강조한 S커브 스타일이 등장했다. 또한 이 당시 폴 푸아레 디자이너로 인해 후기에는 코르셋이 없는 엠파이어 드레스나 오리엔탈 스타일이 등장하기도 했다.

오리엔탈 스타일/폴 푸아레 호블 스커트/엠파이어 드레스

영화에서는 여전히 코르셋을 착용하고 있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사치가 만연했던 사회적 분위기답게 레이스, 모피, 러플 등 화려한 소재가 주를 이루고 있고,

양산도 많이 보인다. 양산은 의복으로 계급을 구분하던 법이 사라지고 신흥 부르주아 계급의 수가 많아지던 당시 상류층 여성들의 ‘구분 짓기’ 위한 도구였다. 르네상스 이래 하얀 얼굴은 미적 규범이었는데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양산은 상류층 여성들의 차별화 도구였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콜레트의 옷은 그녀의 심경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영화 초반에 그녀는 당시 프랑스의 남성 중심적인 사회 안에서 전통적인 가치관에 부합하는 아름답고 가정적인 여성으로 비쳤다. 남편 윌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녀가 쓴 책조차 남편 윌리의 이름으로 출간하는 등 남편의 의존적인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옷 스타일은 파리의 여느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미시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콜레트의 심경에는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더 이상 남편 뒤에 있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고자 했다. 남편에게 예속되었던 영화 초반부의 콜레트 모습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의 독립적인 삶, 남성과 동등한 기회 그리고 가정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신여성은 그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페미니스트와 동일한 의미로 간주되며 프랑스 사회 내에서 위협적인 존재 바 블뢰(Bas-blues)'인식되었다. 여성스러움보다는 자신의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중시하고, 남성처럼 옷을 입는 신여성들은 당시 남성 중심의 프랑스 사회에서 경멸의 대상이었다.


영화 속 이러한 콜레트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새로운 유형의 여성에게 투영된 ‘초기 프랑스식 신여성’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영화 속 콜레트의 삶을 통해 벨 에포크 시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영상을 통해 콜레트 보기

https://youtu.be/zCPno67X2jE?si=nU9FXjSQCy6IglP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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