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라 Oct 06. 2023

라면 먹고 있을 때는 밥을 말지 말아요.

엄마들은 꼭 라면에 밥을 얹는다.


어린 시절(초딩) 토요일 점심때만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진라면 순한맛으로 먹는 라면은

언제나 꿀맛이었다.


조금 크고 나서는

조금 더 자주 먹기도 했던 거 같다.

지금도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아직 라면 면발을 당기고 있을 때

엄마는 방어할 틈도 주지 않고 밥을 말아 버렸다.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먹으라는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면을 다 먹고 나서 꼭!!! 먹겠다고 해도

또 풍덩 말아버린다.


밥이 국물에 빠지는 순간

밥알이 국물을 빨아 당겨 국물 실종,

왠지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떨어진다.


성인이 되고 나서 라면을 먹고 난 후

을 먹을 때는 나의 취향대로 먹었다.




큰 아이가 라면을 좋아한다.

큰 아이는 스낵면을 고집해서 먹는다.

최근 새롭게 도전한 라면은 육개장.


정말 안 먹는 아이의 뱃고래를 키우기 위해

밥을 먹고 나서는 좋아하는 라면을 주기도 한다.

라면의 단점이 많겠지만

당장 뱃고래를 키우는 게 우선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지 않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있다.

그때가 되면 엄마가 했던 거처럼

밥을 라면에 얹고 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라면만 줬을 때 먼가 모를 죄책감이 생기고

라면만으로 늘 부족할 거 같은 마음이 든다.

그 시절 엄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했으면서

오늘 또 난 아이 라면 그릇에

밥 한 숟가락을 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배고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