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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일상 풍경

시인 백영호










                    골목길 일상 풍경



                                                      시인  백영호



칠월 말 장마 끝나고
퇴근길에 지름 삽작길
모퉁이 돌아서니
두어 명은 러닝 차림으로
편하게 소주잔 나누는 풍경

나두 출출한 차에
오른 뇌는 합석하라 재촉하고
왼 뇌는 아서라 말어라
순간을 백 년처럼 굴리다
결국 왼쪽으로 돌렸다

내 어릴 적 울 아버지 모습이
내가 아버지 된 지금도
훤하게 연출되는 이 광경
저 골목 풍경이 얼마 후
내 아들도 볼 수 있을까.









이 시는
한국의 골목길 풍경과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시인 백영호의 내밀한 감정과 사색을

표현하고 있다.

시는
장마가 끝난 7월의 어느 날,
퇴근길에 만나는 장면들을 통해

시작된다.

골목길에서의 소박하고 일상적인 광경이 묘사되면서,
독자는
한국 특유의 도시 생활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첫 부분에서
"칠월 말 장마 끝나고"라는 표현은

시간적 배경을 명확하게 제시하며,

장마라는 계절적 요소가 주는 감정적 여운과 변화를 암시한다.

이는 일상의 변화와
자연의 순환을 상징하며,
이어지는
"퇴근길에 지름 삽작길"에서는
독자를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소소한 풍경 속으로

인도한다.

"모퉁이 돌아서니 두어 명은 러닝 차림으로

편하게 소주잔 나누는 풍경"

이 구절에서
시인은 골목길의 일상적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일과 후의 여유와 공동체적 정서를

드러낸다.

여기서
 '러닝 차림'은 편안함과 소박함을,

'소주잔 나누는'은
친밀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국인의 문화적 행위를 상징한다.

시의 중반부에서는
시인의 개인적 갈등과 선택의 순간이

그려진다.

"나두 출출한 차에 오른 뇌는 합석하라 재촉하고
왼 뇌는 아서라 말어라"라는 표현을 통해,
시인이 내적 유혹과 사회적 예절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독자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며,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은 고민들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시의 결말 부분에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연결고리와
시간의 흐름을 다룬다.

"내 어릴 적 울 아버지 모습이
내가 아버지 된 지금도 훤하게 연출되는

이 광경"은
가족 내 역할의 전통과 세대 간의

연속성을 보여주며,
이러한 골목 풍경이
미래 세대에게도 계속될지에 대한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일상의 소중함과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
세대 간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것이다.


골목길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삶의 연극이 펼쳐지는 무대로,
여기서 사람들은 서로를 만나고 소통하며

삶을 공유한다.

시인은
이러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순간들을 통해
인생의 근원적인 가치들을
탐색하고 있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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