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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3. 2024

허연옥 시인의 시 "김치 담그기"를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치 담그기  


                       시인 허연옥  



며칠 전부터 눈빛이 곱지 않은 남편  불만이 그득하다  
냉장고 정리가 안 됐다며  
심청 담긴 시어머니 얼굴이다  

배추 한 포기 사서  
바다를 끌고 가는 소금으로  
남편의 심통을 절인다  

화를 누르며 찧은 마늘  
따가운 태양초로 버무려  
지나간 세월 한 겹씩 돌아보며  속앓이를 바른다  

손 끝의 여린 마음  
따스하던  젊은 날 파랗게 떠오른다  

김치 담그는 날  
내 마음도 담가본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허연옥 시인의 시 "김치 담그기"를
평하다



허연옥 시인의 시 "김치 담그기"는
일상생활의 한 장면을 통해 인간관계와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김치 담그기라는 행위를 통해 가정 내의 긴장과 화해, 그리고 자기 성찰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각 행마다 일상의 소소한 행위들이 어떻게 개인의 감정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는 시인의 예리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며칠 전부터 눈빛이 곱지 않은 남편 불만이 그득하다"
첫 행에서는 남편의 불만이 드러난다. 남편의 눈빛이 곱지 않다는 표현은 부부 사이의 갈등을 시사한다. 이 갈등은 단순히 냉장고 정리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더 깊은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일상 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소한 갈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냉장고 정리가 안 됐다며 심청 담긴 시어머니 얼굴이다"
두 번째 행에서는 남편의 불만이 구체화된다. 냉장고 정리가 안 되었다는 것은 가정 내의 작은 문제일 뿐이지만, 시어머니의 얼굴을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시인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와 그 안에서의 긴장을 드러낸다. 심청이라는 인물은 효녀로 알려져 있으며, 여기서 시어머니의 얼굴에 심청을 비유한 것은 시어머니의 기대와 압박을 의미한다.

 "배추 한 포기 사서 바다를 끌고 가는 소금으로 남편의 심통을 절인다"
세 번째 행에서는 김치를 담그는 행위를 통해 남편의 불만을 해결하려는 시인의 노력이 드러난다. 배추와 소금은 김치 담그기의 핵심 재료로, 이 재료들을 통해 남편의 심통을 절이는 것은 갈등을 해소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상징한다. 바다를 끌고 가는 소금이라는 표현은 시인의 노력과 그 과정의 어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화를 누르며 찧은 마늘 따가운 태양초로 버무려 지나간 세월 한 겹씩 돌아보며 속앓이를 바른다"
네 번째 행에서는 김치 담그기의 구체적인 과정이 묘사된다. 마늘과 태양초는 강한 맛을 내는 재료로, 이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화를 억누르고 지난 세월의 고통을 되새기며 갈등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속앓이를 바른다는 표현은 감정의 치유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손 끝의 여린 마음 따스하던 젊은 날 파랗게 떠오른다"
다섯 번째 행에서는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 시인이 느끼는 감정이 드러난다. 손 끝의 여린 마음은 시인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며, '젊은 날의 파랗게'는 시인의 추억과 그리움을 상징한다. 이 행을 통해 시인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김치 담그는 날 내 마음도 담가본다"
마지막 행에서는 김치를 담그는 행위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시인의 내면을 담그고 성찰하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김치를 담그는 날 시인의 마음도 함께 담가진다는 표현은 갈등의 해결과 자기 성찰의 과정을 동시에 나타낸다.

허연옥 시인의 "김치 담그기"는 일상 속의 사소한 행위를 통해 인간관계와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김치 담그기라는 행위를 통해 가정 내의 긴장과 화해, 그리고 자기 성찰의 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각 행마다 비유와 상징을 적절히 사용하여 시적 이미지를 풍부하게 만들고, 독자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의 예리한 시선과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어떻게 인생의 진리를 드러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허연옥 시인의 "김치 담그기"는 감정의 깊이와 일상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뛰어난 시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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