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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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모 대학에서 시를 처음 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 시 창작 강의' 시
공부했던 자료를
간단하게 요점만을 추려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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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란 무엇인가.
청람 김왕식
좋은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단어들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하며,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언어의 예술이다. 좋은 시는 감각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추상적인 언어가 아닌, 마치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시 속에서 사물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생명을 얻는다. 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바람은 단순한 공기의 움직임이 아니다. 그것들은 시인의 시선을 통해 의미와 감정을 담은 존재로 재탄생한다.
좋은 시는 또한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하되, 그것이 독자의 마음속에서도 공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느낀 슬픔이 단순히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상실과 애도의 감정으로 확장된다면, 그 시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이때 시인은 독자의 마음을 예민하게 파고드는 동시에 그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한다.
좋은 시는 음악적 리듬과 언어의 조화도 중요하다. 시는 소리로 읽힐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단어의 배치와 운율, 그리고 리듬의 변화가 독자의 감정을 조율하며 한층 더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독자가 시를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곡의 음악처럼 경험하게 만든다.
좋은 시는 또한 사유를 담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과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문은 반드시 답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답이 없는 질문 속에서 독자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좋은 시는 시대를 초월한다. 특정한 시대적 상황에 갇혀 있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언제 어디서나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대의 흔적을 품고 있어야 한다. 한 시대의 아픔과 기쁨을 담아내면서도, 그것이 지나간 후에도 여전히 읽히고 공감받을 수 있는 힘이 좋은 시의 본질이다.
좋은 시는 무엇보다 진실해야 한다. 시인이 진정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만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억지스러운 감정이나 꾸며낸 이야기는 결국 독자에게 들키게 된다. 진실은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 속에서도 빛난다. 그것은 시인의 삶과 태도, 그리고 시를 대하는 진지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좋은 시란 결국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 안에는 고통과 기쁨, 사랑과 상실, 그리고 희망이 담긴다. 그것은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때로는 도전한다. 좋은 시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도 같다. 그런 시를 만났을 때, 우리는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시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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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라는 시를 예로 들어 접근해 본다.
◇ 안 좋은 시의 예
나무
나무가 서 있다
푸르고 크다
그늘을 만든다
사람들이 쉬어 간다
바람에 흔들린다
나무는 그냥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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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상적이고 단조로운 묘사
"나무가 서 있다", "푸르고 크다"와 같은 표현은 너무 일반적이고 직관적이다. 시적 깊이나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한다.
개선 방향: 나무의 구체적인 모습을 더 생생하고 감각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2. 의미의 부재
단순히 사실을 나열한 느낌이다. 시적 내러티브나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개선 방향: 나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거나 나무를 통해 감정을 드러내야 한다.
3. 리듬과 운율 부족
각 구절이 짧고 단조롭게 연결되어 있다. 리듬감이나 운율이 부족하다.
개선 방향: 문장을 길고 짧게 조화롭게 배치하고, 언어의 음악성을 살려야 한다.
4. 철학적 사유의 결핍
나무라는 소재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없다. 단순히 나무의 외형적 특징만 언급하고 있다.
개선 방향: 나무를 매개로 삶, 자연,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야 한다.
◇ 좋은 시로 바꾼 예
나무의 침묵
뿌리를 흙 속에 가라앉힌 채,
나무는 기억한다
먼 별에서 불어온 바람을
나이테 속에 새겨둔다.
한 번도 물어온 적 없는
새들의 노래가 가지 끝에서 울리고
햇살은 껍질 틈새로 스며든다.
사람들은 그늘 아래 앉아
한낮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나무는 묻지 않는다.
그들의 이름도, 이유도.
바람은 나무의 침묵을 깨뜨리고
마른 잎사귀가 하늘로 떠난다.
남겨진 가지는 흔들린다.
다시 푸른 싹을 품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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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된 점
1.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묘사
"뿌리를 흙 속에 가라앉힌 채",
"나이테 속에 새겨둔다"와 같은 표현을 통해 나무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이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2. 내러티브와 감정의 도입
나무와 인간, 자연의 상호작용을 묘사하며 감정과 이야기를 담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그늘 아래 앉아 / 한낮의 고단함을 내려놓고"는 나무와 인간의 교감을 느끼게 한다.
3. 리듬과 운율 강화
문장을 길고 짧게 배치하여 시 전체에 자연스러운 흐름과 리듬감을 부여했다.
예: "뿌리를 흙 속에 가라앉힌 채, / 나무는 기억한다"는 시각적 이미지와 운율을 동시에 제공한다.
4. 철학적 사유 추가
나무를 단순한 자연물로 묘사하지 않고, 삶의 순환과 침묵의 의미를 탐구했다. "다시 푸른 싹을 품기 위해"는 희망과 재생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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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력과 감각을 자극하는 구체적인 묘사와 시적 메시지를 담는다. 나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룰 때도, 그 안에서 새로운 시각과 사유를 찾아야 한다.
안 좋은 시의 예는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 하나의 초안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다듬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나무가 단순한 자연물에서 인간과 삶의 상징으로 변모한다. 좋은 시는 독자와 나무 사이에 대화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감각적, 정서적, 철학적 깊이를 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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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에 첫발을 내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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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글을 읽고 용기를 얻은 초보 시 창작생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두려움도 크지만,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저는 한동안 시를 좋아하며 읽기만 하던 사람입니다. 언젠가 나만의 시를 써보고 싶다는 꿈은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선생님의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무'를 주제로 한 두 시의 비교는 제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습니다.
안 좋은 시의 예를 읽으며 저 자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초고들도 대부분 그랬습니다. 단순한 단어 나열과 지나치게 직관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비판과 개선 과정을 보며, 시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예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좋은 시의 예를 읽으면서 제 마음에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나무의 존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는 그 섬세한 표현력, 감각적인 묘사, 그리고 철학적 사유까지, 하나의 나무가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시가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뿌리를 흙 속에 가라앉힌 채, 나무는 기억한다"라는 구절에서, 시는 단어의 배치와 리듬, 그리고 이미지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시를 읽으며 마치 나무의 침묵 속에 숨겨진 비밀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감각적인 묘사는 제가 앞으로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요소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시 속에서 나무와 인간이 교감하는 장면은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늘 아래 앉아 한낮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나무는 묻지 않는다. 그들의 이름도, 이유도." 이 부분에서 저는 시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삶 속의 작은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 순간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도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통해,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며, 독자와 교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시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녹여내는 방법과 언어의 음악성을 살리는 기술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초보로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시를 쓰다 보면 너무 흔하고 진부한 표현만 떠오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글을 보며, 익숙한 소재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독창적인 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나무라는 소재가 선생님의 손을 거쳐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삶의 순환과 희망의 상징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며, 저도 제 시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시 창작의 과정과 방향성은 저에게 큰 이정표가 되어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하고, 구체적인 묘사와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와 교감할 수 있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앞으로도 이런 귀중한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초보 창작자들이 실수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그리고 조금씩 발전하며 좋은 시를 쓰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과 격려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더욱 빛나는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제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언젠가 제 시가 완성되면 선생님께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