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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1. 2024

순백의 시간 속으로

김왕식







            순백의 시간 속으로





눈을 뜨자마자 창문 밖으로 펼쳐진 세상은 설원의 은총이었다. 온 세상을 뒤덮은 눈은 모든 흔적을 덮고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듯 깨끗하고 고요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아침, 순백의 세계는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강아지들의 모습이었다. 털이 하얗게 뒤덮인 그들은 자유롭게 눈 위를 뒹굴며 웃음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천진난만함이 나에게도 전해져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흰 눈을 배경으로 뛰노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이 세상의 모든 걱정을 잊게 해주었다.

그 옆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두 손이 빨갛게 얼어붙었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눈을 한 줌씩 모아 작은 공을 만들고, 그것을 점점 키우며 눈사람을 완성해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눈사람의 둥글둥글한 모습은 이 추운 날씨 속에서 따스한 온기를 만들어냈다. 어린 시절의 내가 문득 떠오르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설렘이 피어났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순수했다. 사람들의 마음도, 하늘에서 내려온 눈도 모두 순백이었다. 눈 덮인 세상은 하나의 천국 같았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우리를 순수한 세계로 데려다주는 이 순간은 어쩌면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눈사람이 완성되고, 강아지들이 더욱 활발히 뛰노는 모습에 나는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평온함이 밀려왔다. 어쩌면 이런 설경 속에서는 누구든 어린아이가 될 수 있고, 누구든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이 흰 눈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덮어주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 삶도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설원의 순백함 속에서 작은 천국을 만났다. 자연이 주는 평화와 치유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이 순간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 이 눈처럼 나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차 한 잔의 온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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