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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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달삼의 삶은 긴 투병 기간 동안 무너져 내렸다. 병마가 달삼의 육체를 짓누를 때, 경제적 압박은 그의 삶을 또 다른 어두운 터널로 몰아넣었다. 병원비와 생계비가 산더미처럼 쌓여갔고, 그가 가진 것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육체와 무거운 마음이 함께 무너지며, 신앙으로 버티던 그의 믿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달삼에게도 이 고난은 너무나도 무겁고 벅찼다. 이어지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그는 한때 하늘을 원망했다. 왜 자신의 기도는 응답받지 못하는지, 왜 그의 삶에는 끝없이 어두운 길만 이어지는지. 마치 성경 속 욥의 고난을 넘어서는 듯한 삶에, 그는 점차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침묵 속에서, 그의 전화기에 한 줄의 문자가 도착했다. 평소 마음 깊이 존경하고 소중히 여기던 지인의 문자였다.
ㅡ사실, 그 지인도
오랫동안 투병 중이고 경제 또한 녹록지 않다.ㅡ
담담하게 적힌 글에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숨 쉬고 있었다.
"부족한 금액이지만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내드리오니 마다하지 마십시오."
문자를 읽는 순간, 달삼의 눈이 커졌다. 긴박했던 그의 삶에 이토록 큰 금액을 보내온 이가 바로 그 지인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고작 몇 마디의 문장 속에 담긴 그 마음은, 달삼의 메마른 심장을 적시고도 남았다.
달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한번 문자를 읽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 해도, 이렇게 큰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을 터였다. 그는 생각했다. 과연 무엇이 그를 이렇게 큰 사랑으로 움직이게 했을까?
그는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흐린 눈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달삼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잊고 있었던 하늘의 사랑이 여전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그리고 그 사랑은 이 지인을 통해 다시금 그의 삶에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달삼은 오랜만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원망은 눈물로 씻겨 내려갔다. 그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며, 이 선물이 단순한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이 보내 준 위로와 사랑임을 깨달았다. 절망 속에서도 그를 포기하지 않는 이 신비한 섭리에 감사했다.
다음날, 달삼은 마음의 평온함을 되찾고 다시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그의 삶을 짓누르던 고통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그에게는 이제 다시 걸어갈 힘이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사랑이 그의 삶에 희망의 빛을 비춰주었기 때문이다.
달삼의 눈물은 더 이상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사와 감동의 눈물이었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다짐의 눈물이었다. 그의 삶에 찾아온 천사의 발걸음은 분명 그에게, 그리고 그의 삶을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