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과 하늘을 품은 의협객 ㅡ안최호 작가의 삶의 가치철학

김왕식







산과 하늘을 품은 의협객
ㅡ안최호 작가의 삶의 가치철학과 작품의 미의식



1. 서론: 산을 향한 귀환, 삶의 재발견


안최호 작가는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본질적 가치를 조명한다. 그의 삶은 고난 속에서도 의협과 헌신의 길을 걸으며, 실패와 회복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철학과 미의식을 구축해 왔다. 해병대에서의 경험, 리비아에서의 영웅적 구출, 국회 보좌관으로서의 공직 수행, 그리고 자연으로의 귀환까지, 그의 여정은 단순히 개인의 서사를 넘어 삶의 보편적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 고는 안최호 작가의 삶에 담긴 가치철학과 그의 작품에 나타난 미의식을 중심으로 그의 사유를 분석한다. 더불어 그의 시와 산문을 삽입하여 작품과 삶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밝히고, 현대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한다.

2. 삶의 가치철학: 헌신에서 자연으로

2.1 의협과 헌신의 철학

안최호 작가의 삶은 "헌신"과 "의협"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해병대에서 그는 단순히 개인의 영광을 위해 살아간 것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공동체에 봉사하며 자신의 몸을 바쳤다. 그는 “누군가를 위해 내 몸을 바치겠다”는 신념을 실천하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의지와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리비아 트리폴리 상공에서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 속에서 45명을 구한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영웅적 행위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의무와 헌신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 사건은 그의 가치철학의 토대가 되었으며, 이후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진다.
공직자로서 그는 국회위원의 수행비서와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충직한 자세로 맡은 바를 성실히 수행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그의 삶은 현대 사회에서 희미해진 헌신의 의미를 재조명하게 한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작품에서도 강렬하게 드러난다.

다음 시는 그의 헌신적 삶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 의협의 길

불길 속을 뚫고 나아간 밤,
45명의 생명이 나의 손에 스치네.
살아 있음이 내게 주어진 책임이라면,
내 몸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


이 시는 안최호 작가가 리비아에서 45명을 구한 실제 사건에서 비롯된 경험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불길 속을 뚫고 나아간 밤"이라는 구절은 단순히 물리적 사건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 타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아간 의지의 상징이다. "45명의 생명이 나의 손에 스치네"라는 표현은 그의 손끝에서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순간을 생생히 전달하며, 인간 생명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헌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다. "살아 있음이 내게 주어진 책임이라면"이라는 구절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생명이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동반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마지막 행의 "내 몸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그의 삶을 관통하는 희생적 가치관을 강렬하게 드러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2.2 자연으로의 귀환과 삶의 재발견

환갑을 넘긴 나이에,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장심리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서너 칸짜리 ‘청람루’를 지으며 자연 속에서 안빈낙도의 삶을 시작했다. 자연은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라, 그의 삶을 재정의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공간이었다.
자연으로의 귀환은 단순히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그의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었다. 도시의 속도와 복잡함에서 벗어나 자연의 고요와 조화 속에서 그는 새로운 자유를 발견했다.

다음 글은 청람루에서의 그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 청람루의 아침

새소리로 깨는 아침,
바람 속에 산의 숨결이 스며든다.
나무와 돌을 다듬어 지은 이 작은 공간은
세상의 소음을 잠재우는 성소와 같다.

이 글은 자연 속에서 작가가 발견한 고요와 자유를 상징한다. "새소리로 깨는 아침"이라는 첫 문장은 자연 속에서의 단순한 삶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는 도시에서의 분주한 삶과 대조를 이루며, 자연 속에서의 삶이 주는 평안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바람 속에 산의 숨결이 스며든다"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자신과 소통하는 생명체로 묘사하며, 자연 속에서의 삶이 내적 치유와 깨달음을 가능케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의 소음을 잠재우는 성소"라는 마지막 구절은 청람루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그의 철학과 삶의 본질을 담고 있는 공간임을 상징한다.

3. 작품의 미의식: 자연과 인간, 그리고 회복의 서사

3.1 자연의 미학과 조화

안최호 작가의 작품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의 글에서 자연은 삶의 희로애락을 비추는 거울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 계절의 변화, 숲길의 고요함은 그의 글에서 삶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 숲길에서

낙엽이 흩날리며 속삭인다.
떠남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숲은 모든 것을 품고,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이 시는 자연 속에서의 삶이 주는 순환의 미학을 노래한다. "낙엽이 흩날리며 속삭인다"는 표현은 떠남과 죽음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에 대한 암시를 담고 있다. 자연에서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재생과 순환의 일부임을 강조하며, 삶의 본질적 이치를 깨닫게 한다.
"숲은 모든 것을 품고"라는 구절은 자연이 인간의 고통과 기쁨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상징한다. 이는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자연의 치유적 힘을 보여준다. 마지막 행의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다"는 문장은 삶의 모든 순간이 축적되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4. 결론: 산과 하늘을 품은 사람

안최호 작가는 단순히 자연으로 돌아간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삶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며, 자신의 철학을 글로 승화시킨 예술가다. 그의 삶과 작품은 헌신, 자연, 실패, 그리고 회복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잊힌 가치를 되살리고, 삶의 본질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그의 글은 산처럼 묵직하고, 바람처럼 자유로우며, 별처럼 빛난다. 인간다움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탐구하는 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성찰을 선사하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될 것이다.
안최호, 그는 산과 하늘을 품은 의협객이자 자연과 삶의 철학자다.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순백의 영혼으로 시대를 밝히다 ㅡ 금문찬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