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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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다시 피어날 거예요
텅 빈 뜰 한가운데 서 있다.
한때 무성했던 풀들은 바람에 쓰러지고, 비에 젖고, 이슬에 씻기며 마침내 마른풀로 남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이제 끝이야." 마른풀들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 씨앗을 품을 것이다. 그 씨앗들은 다시금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이다.
자연은 그렇게 끝없이 순환한다. 꽃이 시들면 씨앗이 남고, 그 씨앗은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겨울이 아무리 매서워도, 얼어붙은 땅 아래에서 생명의 씨앗들은 조용히 꿈을 꾸고 있다. 눈 속에서도, 얼음장 밑에서도, 봄을 기다리며 힘을 모은다. 언젠가 흙이 녹고 햇살이 스며들면, 다시 땅을 뚫고 싹을 틔울 것이다.
삶이 마치 황량한 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이고,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은 단지 한 계절이 지나가는 과정일 뿐. 꽃이 졌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씨앗이 준비되고 있는 시간이다.
언젠가 힘을 잃고 쓰러진다 해도, 그 순간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기다림일 것이다. 누군가 "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라고 말해도, 조용히 미소 지을 것이다. 다시 씨앗이 되어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언젠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날 것이기에.
삶은 한 번 피고 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줄기 바람에도 흩날릴 듯한 작은 꽃이라도, 그 안에는 다시 태어날 씨앗이 있다. 계절은 언제나 흘러가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설령 지금의 계절이 겨울이라 해도, 봄은 이미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중이다.
그때, 끝이 아닌 시작으로, 무너짐이 아닌 다시 피어남으로 행복할 것이다. 누군가 "꽃이 졌다."라고 말해도, 속삭이듯 답할 것이다. "아니, 다시 씨앗이 되었을 뿐이야."
그때,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