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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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의 길
김왕식
남편은 금광으로 떠났다. 섶벌처럼 몸을 던지고, 한 줌 황금을 움켜쥐겠다고 열 해의 세월을 바람처럼 흩뿌렸다. 돌아오지 않았다. 황금보다 무거운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아내는 기다렸다. 광주리에 옥수수를 담아 금광판 한쪽에 자리를 폈다. 노랗게 익은 알갱이처럼 기대가 차올랐다가, 어둠이 내릴 때마다 텅 빈자리처럼 쪼그라들었다.
그 곁에서 딸아이는 칭얼대며 엄마의 치맛자락을 움켜잡았다. 작은 손, 따뜻한 체온, 그러나 한순간, 그 손이 바람처럼 흩어졌다.
어머니가 외면하던 돌무덤 틈새로 보랏빛 도라지꽃이 피어났다. 바람이 스치면 파르르, 한숨처럼 떨리는 꽃잎. 그 속에 아이의 웃음이 숨어 있었다.
남편을 잃고, 딸마저 잃고, 아내는 문턱을 넘어섰다. 해 질 녘, 산꿩이 울던 양지바른 산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승이 가위를 들었다. 서걱, 서걱, 긴 머리카락이 툭툭 끊어졌다. 검은 실타래처럼 땅 위에 흩어지고, 그 틈새로 뜨거운 눈물 한 방울, 두 방울.
머리칼 사이로, 눈물 사이로, 길이 열렸다. 그녀는 더 이상 아내도, 어머니도 아니었다. 무거웠던 이름도, 아린 기억도 한 올씩 베어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도라지꽃 핀 언덕 너머에서 고요한 염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