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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강물도

김왕식







바람도, 강물도





바람이 불어와
내 볼을 스치면
손끝에 담으려다
그저 허공을 쥐었네

햇살이 내려와
가슴을 감싸면
두 손에 품으려다
새까맣게 타버렸네

이슬은 반짝이며
풀잎 위에 머물다
손끝이 닿기도 전에
투명한 허공이 되네

강물은 흘러가
바다를 향하지만
나는 왜 붙잡으려 했을까
흐르는 것이 자연인데

사랑도, 이별도,
기쁨도, 슬픔도
가두려 하면 넘치고
놓으면 빛나는 것을

바람도 흘러가고
강물도 흘러가네
붙잡지 않아도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그러니,
머물러 있지 않는 것들을
그저 흘러가게 두어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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