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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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강변 중턱
청강 허태기
꽃샘추위 맞이하듯
햇살 눈부시고
봄바람 싸늘하다
강여울 물살
세차게 흐르는 데
천둥오리 한쌍
앞서거니 뒤서거니
물결 타고 오르내리며
봄을 자맥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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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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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 허태기 시인의 시는 유난스럽지 않다.
불필요한 수식이 없다.
담백하다.
청정하다.
그의 시 '3월의 강변 중턱'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시는 삶의 여백 속에서도 생동을 잃지 않는 자연의 풍경을 통해 시인의 존재철학과 미의식을 함께 드러낸다. 시인은 늦추위와 햇살이 교차하는 삼월의 기이한 날씨를 포착하며, 봄이라는 계절의 복합성과 생명력의 미묘한 조화를 시적 언어로 녹여낸다.
‘꽃샘추위 맞이하듯’이라는 첫 구절은 자연의 순환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암시한다. 이는 시인이 외부 환경의 거칠음도 자연의 일부로 품으려는 순응적 삶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햇살 눈부시고 / 봄바람 싸늘하다’라는 대비적 구절 속에는 삶의 따스함과 고단함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꿰뚫는 통찰이 배어 있으며, 이러한 이중적 풍경 속에서 시인은 삶의 진실을 포착하고자 한다.
강여울의 물살은 봄의 생명력을 대변한다. 멈춤 없는 흐름 속에서 ‘천둥오리 한쌍’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단지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시인의 눈을 통해 '봄을 자맥질'하는 존재로 재해석된다. 오리 한쌍의 움직임은 생명의 유희이며 동시에 생존의 서사이다.
앞서고 뒤서며 흐름을 타는 모습은 인간의 삶을 상징하듯 보인다. 다투거나 우열을 겨루는 것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봄을 누리며 살아가는 존재로서 묘사된다.
허태기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은 '자연과의 합일, 순응 속의 생명 존중'으로 정리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투영하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조화와 생동을 통해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태도이다.
그의 미의식은 정적인 서정이 아니라 흐르고 변화하는 풍경 속의 동적 아름다움에 있다. 순간적인 찰나를 붙들되, 그 찰나가 담고 있는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순환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눈이 그의 시에서 빛난다.
'3월의 강변 중턱'은 봄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 속에 시인의 삶의 태도와 미학이 투영된 작품이다. 자연을 수용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자리를 묵묵히 되짚는 허태기 시인의 세계는, 마치 물결 위를 부유하되 흔들림 없는 천둥오리 한쌍의 모습과도 같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