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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pr 22. 2024

2024년 4월 20일 식도락 음식 일기

고기와 찰떡궁합 산초잎 김치

이 맘 때면

손과 발을 부지런하게 움직여

일 년 내내 먹을 있는 먹거리들을

챙기느라 밤늦도록 쉴 새 없이 바쁘다.

낮에는 두릅, 산초잎, 부추, 오가피순 등을 따고

베느라 바쁘고

저녁을 먹고는 가져온 것들을 다듬고

정리하느라 쉴 틈이 없다.

특히,

자연이 거저 내어주는 먹거리들 중에

나무에서 채취하는 새 순들은

하루 이틀 때를 놓쳐도

억새 져 버려서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


산초(제피)는

초봄에는 잎을 따서 산초잎 김치를 만들고,

가을에는 잘 영근 붉은 산초 열매를 따서

추어탕, 부추 무침, 열무김치를 담글 때 사용한다.

따 온

산초잎은 깨끗이 씻은 후

탈수기에 넣어 물기를 제거하고

줄기와 억샌 부분은 버리고

한 잎 씩 떼어 낸다.

양념은

김장김치 양념과 멸치 젓갈, 올리고당 약간, 통깨를 뿌려

살살 버무리면 완성이다.

김장김치 양념이 없으면

멸치젓갈, 고춧가루, 올리고당, 통깨를

넣어 즉석에서 버무려도 된다.

                                                         (산초 열매)

심지도 않고 가꾸지도 않았음에도

때가 되면 귀하고 약성이 좋은

먹거리들을 내어주는 자연에게 무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불편한 것은

채취한 것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다듬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뭔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기에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해야 하는 작업에

목 디스크가 올 지경으로 아프지만

맛있게 먹을 생각으로 참고 다듬는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딸이

식탁에 올려진 산초잎 김치를 보고

"우와, 오늘 갑자기 산초잎 김치가 먹고 싶었는데"라며

좋아한다.

순대를 쪄서 내놓으니 산초잎 김치 한가닥을 순대에 올려

맛있게 먹으면서 엄지 척!! 한다.

이 맛으로 가시 사이로 손이 찔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이 엄마는 아침부터 산초잎을 뜯었나 보다.


**산초에 얽힌 추억 하나

어릴 적 장독대 옆에 심겨 있던 산초나무 한그루

엄마는 반찬을 만들기 위해 장독대에 들렀다가

산초잎 한 줌을 같이 따 오신다.

멸치젓갈과 고춧가루를 넣어 무친

산초잎 김치는 강한 향에도 불구하고

하얀 쌀밥에 얹어 맛있게 먹었다.


봄이 되어 멸치젓갈을 담그야 할 시기가 되면

산초잎을 따서 담근 멸치젓갈 위에 올려놓으셨다.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멸치의 비린내를 잡는 역할을 한다고 하셨다.


산초 열매는

어금니에 충치가 생겨 치통이 심할 때

산초 열매껍질을 잘게 해서 충치가 난 곳에

넣으면 신기하게 아픈 것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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