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Jun 03. 2024

2024년 6월 2일 식도락 음식 일기

국물이 진한 배추 우거지 들깨탕

아침에 마늘종을 뽑으러 밭에 갔더니

뽑는 족족 마늘종이 뚝뚝 끊겨 버린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마늘대에 수분이 없는 탓이다.


아까운 마음에 멀쩡한 잎을 벗겨내고

끊어진 부분을 뽑았지만 그대로 '툭' 끊겨 버린다.


*튜브 농사 전문가를 통해 배운 대로

마늘에 좋은 영양성분을 땅에 뿌려 두었는데

마늘종이 자라면서 엄청난 속도로 영양분을 뺏어 먹기에

정작 씨알이 굵어야 할 마늘에 영양이 가지 못하기에

이때쯤에는 마늘종을 뽑아 주어야 한다.


뽑은 마늘종은 다양한 음식에 요긴하게 사용한다.


마늘에 적당한 수분이 있어야 마늘종이 끊기지 않고 잘 뽑히기에

물을 흠뻑 주고 오후에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돌아서는 발걸음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잡초'다.


눈에 들어와서

내 마음에 박혔으니

뽑을 수밖에.


잡초를 뽑아내기로 했다.......


잡초와 시름하느라 허리도 아프고 팔도, 손가락도 아프지만

오히려 마음은 깨끗하게 비어지는 느낌이다.

내 마음속의 이름도 없는 걱정거리들이 빠져나간 느낌이랄까


지난가을에

김장배추를 정리하면서

싱싱한 잎들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삶아서 껍질을 벗겨 말려둔 배추 우거지를

찬물에 서너 시간 불려 두었다가

물을 따라 버리고

물을 다시 받아서 푹 삶았다.

냄비에 들기름을 3T 정도 두르고

찧은 마늘,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넣고 볶다가

적당하게 썬 배추 우거지를 넣고 조금 더 뒤적거려 주었다.


고기가 하얗게 변하면

육수, 고춧가루 1T, 된장 1과 1/2T를 넣고 끓여준다.


끓으면 생콩가루 2T 정도를 넣고 풀어준 다음

생콩의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 푹 끓여준다.


들깻가루 1T와 청양고추, 대파, 양파,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보통의 우거지탕은 여기서 끝나지만

우리 집에는 한 가지 채소를 더 넣는데

바로 '방아잎'이다.

호불호가 있기는 하지만 방아잎을 넣으면

맛이 묘하게 맛있어진다.

                                                           <방아잎>

적당하게 간이 배인

배추 우거지는 정말 부드럽고

고기는 야들야들하며 국물은 진한 들깨탕이 된다.

몸이 많이 피곤할 때면

예전에 친정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김장배추를 다듬고 남은 배춧잎을 버리지 않으시고

짚으로 엮어서 뒤꼍에 말려 두셨다가 

한겨울에 큰 멸치를 넣고 우거지탕을 끓여 주셨는데 참 맛있었다.


가끔은 

비계가 붙어있는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서

만들어 주셨는데 그 시절의 비계는 왜 그리 고소하고 맛있었던지.


찢은 우거지를 손에 들고

어서 숟가락에 밥을 떠라고 웃으시며 

눈짓하시던 엄마가 한없이 그리워진다. 


하루종일 힘든 집안일에 엄마도 시장하셨을 텐데

자식 입에 맛있는 것을 먼저 넣어주시며 

온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던

엄마가 참 많이 그립다.


짧은 숟가락으로 우거지탕의 국물을 연신 떠먹으며

'아!' 하는 감탄사를 뿜어내고 있는

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친정엄마의 마음과 같으리라

                     

작가의 이전글 2024년 5월 26일 식도락 음식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