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햇보리차
수확한 햇보리가 집으로 왔다.
한 되쯤 되는 것으로 뭘 할까 생각하다가
한여름 나무그늘처럼 무더위를 식혀주고 소화기능을 돕는
보리차를 만들기로 했다.
씻고 말린 후 면장갑을 끼고 손으로 비벼가며
수염을 제거한 후 참기름집으로 가서
볶는 삯으로 오천 원을 주고 가장 구수하고 영양소를 고스란히
몸으로 들일 수 있게 최적의 상태로 노릇노릇 볶았다.
시집와서 여든이 다 되어가도록 방앗간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손과 눈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볶은 보리차를 두 손으로 떠서 냄새를 맡아보는데
엄마냄새가 나면서 30여 년 전의 플라스틱컵에 담겨 있던
보리차가 떠오른다.
아, 그리움에 목젖이 울컥한다.
보리차를 식히고 있는 풍경이
어린 시절 큰 미루나무 옆에 있던 방앗간이 스쳐 지나간다.
물 2리터에 보리차 두 주먹을 넉넉하게
넣고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끓인 후 냉장고에 넣은 후
시원하게 마시니 바로 정수리까지 찬기가 올라간다.
<2> 옥수수차
옥수수를 좋아하는 나는 7월 중순부터는
쪄 먹기 위해 생옥수수를,
10월쯤에는 옥수수쌀을 구입해서
가루를 만들어 스콘, 쿠키를 만들고
따로 2kg 정도를 남겨 두었다가 옥수수차로 즐긴다.
옥수수차는
옥수수만 넣고 끓여도 구수하고 고소하지만
잎차나 뿌리차를 끓일 때 한주먹 정도 넣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연잎차>
고무대야에 심어 놓은 연이 꽃을 피웠다.
올봄에 캐 내서 정리를 하고 새로운 산흙을 채워 넣었더니
이렇게 예쁘게 꽃을 피워 주었다.
먼저 올라온 두툼하고 진한 색을 띤
연잎으로 차를 만들었다.
앞뒤로 깨끗하게 솔로 닦듯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후 가위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프라이팬에 세 번 정도 덖었다.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이 나는 연잎차는
심신안정에 도움이 되고 염증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물을 끓여서 실온에 두었을 때 잘 쉬지 않는 것 같다.
끓인 물에 덖은 연잎을 한 줌 넣어 놓고 기다리면
보리차를 마시던 남편 왈
"보리를 직접 볶아서 만든 보리차 정말 맛있네"라고 한다.
불 앞에서 덖는 과정이 힘들지만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병마다 가득 들어있는 차를 보니 마음이 뿌듯하고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