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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15일  식도락 음식 일기

박으로 만드는 탕국

by 모모 Sep 17. 2024

이번 추석은 5일간의 연휴이다. 

하지만 식구들이 다들 일정이 달라서

집에서 함께 식탁에 앉을 시간이 별로 없고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에 끝없이 엄지 척을 날리는

딸이 무슨 다이어트를 한다고 통 먹지를 않으니

음식 할 맛이 나지 않는다.


평소 먹고 싶은 것은 

요즈음은 너 나할 집 없이

그때그때 해 먹고사는 시절이다 보니

특별히 음식을 따로 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더더욱 차례 음식을 장만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뭔가 마트에서 기웃거리면 눈에 띄는 것이 있을까 하고

둘러보던 중에 로컬푸드 코너에 하얀 박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보름달 같기도 하고 

자연이 빚어낸 달항아리 같다.

그중 제일 예쁘다고 생각되는 하나를 

자연스럽게 카트기에 담았다.

처음부터 계획을 하고 박을 찾으러 온 것처럼.


<박으로 만드는 탕국>

*재료: 박 1/2개, 무 1/3개(푸른 부분), 단단한 두부 500g 1모, 

         소고기 국거리용 200g, 전복 2마리(큰 조개가 있으면 더 시원함),

         깐 마늘 5알, 참기름 2스푼, 국간장, 소금, 후추 조금, 국물용 야채육수 2.5L 정도.

브런치 글 이미지 1

여린 박은 한 번 씻은 후 반으로 잘라

껍질을 필러로 깎아 내고 속은 파 낸다.

필러로 깎아 내고 박의 바깥 부분을 슬라이스로 잘라

먹어 보아서 쓴 맛이 나면 쓴 맛이 나지 않을 때까지

껍질 부분을 더 두껍게 깎아내야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정리된 박과 무는

가로 세로 1.5cm 정사각형으로 깍둑썰기를 하고

두부도 단단한 두부나, 부침 두부용으로 같은 크기로 썰어 둔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스테인리스 냄비에 물기를 없앤 후

참기름 2스푼을 두르고, 찧은 마늘을 넣고

소고기와 잘게 썬 전복을 넣고 볶는다.

소고기의 색깔이 하얗게 익으면

썰어놓은 무을 먼저 넣고 덖어 주다가

무가 투명하게 되면 박을 넣고 다시 뒤적거린 후

야채 육수 한 컵과 국간장 스푼 정도를 넣고 

뒤적거린 후 냄비 뚜껑을 닫고 익힌다.

무가 다 익으면 나머지 육수를 붓고 끓으면

두부를 넣고 국간장, 소금, 후추로 마무리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끓여서 각자의 국그릇에 담아

앞 앞에 놓아주니

'와 , 외삼촌 집에 가면 먹는 거네'라며 반기며

숟가락으로 떠서 먹으며 "크~,시원하다"를 연발한다.

친정엄마는 꼭 큰 조개를 넣고 끓이셨는데

큰 조개가 없어서 전복을 넣었는데 그런대로 시원한 맛이다.


박을 넣은 탕국과 LA갈비가 올해 우리 집 추석음식이다.

참 단출하다.


하얀 보름달 같은 박을 넣은 탕국이

내 유년의 추석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엄마는 아랫 채 주변에 박 씨를 심어서

박의 줄기를 자연스럽게 지붕으로 유인을 했다.


정말이지 추석이 다가오면 하늘에는 박 같은 달이 떠 있고,

아랫 채 지붕 위에는 달 같은 박이 하얗게 올려져 있었다.


윗 채에서 방문을 열고 아랫 채 지붕을 바라보면

그 풍경만으로도 추석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벌써 박처럼 부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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