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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Apr 23. 2024

제4장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그 원대한 계획을 이루고 싶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대학원을 알아보았다. 봉사를 하는 데 있어 그 현실을 마주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론적인 부분이라도 얼른 익히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조심스레 부모님에게 이야기했을 때, 부모님은 딸이 몸을 쓰는 것보다는 머리를 쓰기를 바랐다. 그러나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막내딸의 떨리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부모도 그녀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당장 한 명의 환자를 보는 것도 좋지만, 보건 정책학적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떻겠냐고, 더 좋은 보건시스템을 갖추고 정책을 만든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그 이야기에 동의했다.


그녀는 마치 불 같았다. 그녀는 성격이 매우 급한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잔잔하게 일렁이는 마음 따스해지는 불 아지렁이 같은 사람이었지만, 어떤 트리거에 의해 큰 불기둥이 되어 그 누구도 그녀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옆을 보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빨리 해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무섭게 그녀는 일에 매달렸다. 대학원을 알아보고, 교수님께 메일도 쓰고, 심지어는 관련 전공 교재까지 구입했다. 그녀는 빠르게 다음 발걸음을 내딛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잠시 그 꿈을 잠시 유보해야 했다. 생각보다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녀의 직장은 경기도에 있었고, 그녀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원은 서울에 있었다. 현실적으로 왕복 3시간의 거리는 직장인에게 쉽지 않았다. 또, 직장인들을 위한 파트 대학원은 대부분 평일 저녁시간에 강의가 열렸다. 그녀의 회사는 직원들의 교육과 대학원 과정을 지원했지만, 아직 근속연수가 막 1년이 지난 그녀에게 그런 혜택은 돌아오지 않았다. 또, 아직 새파랗게 어리고 어린 막내가 대학원을 이유로 사무실에서 일찍 빠져나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파트 대학원이니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다음을 기약했다.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꼭 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인생의 제2막을 그리고 있었다. 이직을 통해 서울에 일자리를 잡아야지,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거야. 지금은 너무 연차가 낮으니 조금 어렵지만, 오히려 연차가 쌓이면 학교 다니는 것도 더욱 쉬워질 거야, 하고 마음을 다독였다. 그때부터였을까,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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