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저 Apr 25. 2024

제6장

그녀는 남자친구의 군생활을 기다리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군생활 동안 헤어지지는 않았으니 기다리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전 그대로가 아니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9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싶어 했다. 남자친구가 사랑을 주지 않은 것도 아니, 표현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도 그만의 최선과 노력을 다 했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당장 곁에 없다는 것이 그녀를 외롭게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열렬히 그녀를 사랑해 주기를 바랐다. 카톡으로, 전화로 전달하는 애정은 그녀에게 온기조차 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공허했다. 계속 비어 있는 것 같은 마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밤을 더 길게 만들었다. 친구들과, 회사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간의 관계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에게 하소연할 수 없었고, 진심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이름 모를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시간을 보내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그 공허함이 반짝하고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만남은 일회성이기도 했고, 여러 번 반복되기도 했다. 그녀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깊이 심취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언제든 이 만남을 끝낼 수 있다는 가벼움도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정말 말 그대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본능과 감정에 자신을 맡기기로 했다. 늦바람이 무서운 게 이런 것일까, 그녀는 남자친구와 만나는 9년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 그 흔한 미팅도, 소개팅도, 심지어는 클럽도 가보지 않았었다. 남자라고는 남자친구 한 명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한 명이 없는 지금은, 무한의 자유로움이 있었다. 처음에야 남자친구 생각이 났지만, 점차 흐려졌다. 그렇게 점점 그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중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의외의 면이 많았다. 그녀를 침대에서만 원하지 않는 남자들도 더러 있었다.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가는 일정들이 생겼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그녀는 꽤 이쁘장하게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예쁜 외모보다 더 그녀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동양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서구적인 몸매였다. 귀엽고 어려 보이는 얼굴에 쉽게 상상되지 않은 골반과 허벅지는 그녀 또래, 혹은 그 이상의 남자들에게 그녀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남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 그리고 때로는 사랑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5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