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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Sep 11. 2023

달리면 달려진다

50분 러닝 코스를 시작한 지 2달 반정도가 된다. 12번의 코스 중에 이제 한 번을 남겨두고 소회를 밝힌다.



달리기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달리기를 잘 못했고, 잘하고 싶지도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 달리기는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인데 이것을 못하면 스포츠에 관심이 있을 수 없다. 어쩌면 그래서 야구나 축구 등에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2-3년 전에 친구로부터 우연히 달리는 것을 도와준다는 앱을 소개받았다. 따라만 하면 30분 정도는 쉬지 않고 달리게 해 준다는 것이다. 앱을 깔고 12차 과정을 매주 2-3회를 진행했더니 결국 30분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안될 것 같았는데 뛰니까 결국 되더라.



앱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는 절대 무리하게 하지 않는다. 조금씩 달리기가 내 몸에 스며들게 한다. 이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부담이 되지 않았다. 과도하게 주입하는 것보다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것.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배워야 하는 자세와도 같다.



처음 30분 달리기를 완성하고 나서 한동안 달리기를 쉬었다. 산으로 등산을 가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올해 초 다시 달리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 변화가 필요했나 보다.



30분 달리기 코스를 다시 해보면서 바닥을 치던 기초 체력을 회복했다. 물론, 힘들었다. 아무리 한번 해봤도 해도 시간이 꽤 지났지 않는가.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마 한 달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래도 처음 도전했을 때와는 달랐다. 이 정도는 할만한데 라는 자신감이 붙더라.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구나. 오래 지났어도 그 성취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



30분 코스를 마스터하고 또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찾아보니 50분짜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12회를 통해 50분을 쉬지 않고 뛰게 하는 코스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다. 30분도 가까스로 완수했는데 50분은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렸으니까.



일단은 그냥 해보는 수밖에 없다. 매주 2-3회를 하라고 했지만 체력이 안되면 1주일에 한번 정도만 해도 될 거라 생각했다. 무엇을 하든 미리 겁먹는 것보다는 천천히 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가는 것이 나는 더 좋더라.



어쨌거나 사람은 하면 된다. 11회 차에 다다르니 50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물론, 뛸 때마다 죽을 것 같이 힘들다. 재미있는 것은 고통은 인간으로 하여금 극복의 지혜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어떻게 뛰는 것이 내게 잘 맞는 방법인지, 무엇을 해야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생존 본능이란 이런 것일까?



아마도 금요일 즈음 50분 코스의 마지막인 12번째 도전을 하게 될 것 같다. 50분을 내달리고 회복하는 코스다. 끝까지 해본 것이 많지 않은 나라서 그런지 이 달리기 도전이 더욱 값지다.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버틸 수 없는 피로감도 안겨줬지만 달리며 얻은 교훈이 더 많다.



인생도 결국 달리기다. 싫어도 달리면 달려진다. 그리고 달리면서 얻는 고통과 성취감이 인간을 다음 단계로 성장하게 한다. 어려운 난관이라도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안될 것 같아도 그것이 완성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혹, 이번에 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기회는 언제나 스스로 만들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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